오승환 투피치, 선동렬과 정말 차이날까?
by정철우 기자
2013.12.05 11:49:53
 | 오승환이 4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한신 입단 조인식에서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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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끝판 대장’ 오승환(31.한신)은 돌직구가 주무기인 투수다. 그 직구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그 두 구종만으로도 한국 프로야구를 완벽하게 평정했다. 그리고 이제 일본 프로야구까지 넘보고 있다.
오승환이 한국에서 보여 준 구위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압도적인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승환의 단순한 구종이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사사키씨는 “일본 타자들을 잡으려면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포크볼이 얼마나 예리한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나도 미국을 다녀온 뒤 포크볼이 다소 무뎌졌는데, 그 작은 차이를 타자들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내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오승환은 좋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갖고 있지만 포크볼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동렬 KIA 감독도 현역 시절 대표적인 투 피치 투수였다. 그는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바 있다. 그러나 사사키씨는 선 감독과 오승환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선 감독은 워낙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였다. 특히 타자의 바깥쪽을 예리하게 찌를 수 있었기에 일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었다. 오승환은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유형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커트 능력이 좋은 일본 타자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힘만으로는 한계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오승환에 대한 편견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승환이 제구력 보다는 힘으로 찍어 누르는 유형일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묵직한 직구를 던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공이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이라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일 뿐이다.
오승환은 지난 9년간 510.1이닝을 던지는 동안 129개의 사사구만 허용했다. 이닝당 사사구 비율이 0.25개에 불과하다. 사사키씨가 극찬한 선동렬 감독의 현역 시절 기록 역시 0.25개였다. 둘 사이의 제구력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음을 뜻한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전력 분석원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뒤 오승환과 류현진의 공을 직접 받아보거나 포수 바로 뒤에서 지켜본 바 있다. 당시 내린 그의 결론은 “백네트 뒤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였다. “오승환은 생각보다 제구력이 좋았고 류현진은 보기보다 볼 끝이 묵직했다”며 “왜 타자들이 두 투수를 어려워하는지 직접 겪어보니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선 감독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나름대로 명품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직구 뿐 아니라 좋은 슬라이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프로야구는 한국과는 또 다른 무대지만 구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