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외국인 리베로' 료헤이 "부담감에 무너지면 선수 그만둬야"

by이석무 기자
2024.01.02 15:32:06

한국전력에서 주전 리베로로 활약 중인 일본 출신의 이가 료헤이. 사진=KOV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 중인 이가 료헤이(등록명 료헤이)는 한국프로배구 V리그 최초의 외국인 리베로다, 은퇴 후에도 직장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일본 실업배구의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료헤이의 V리그 첫 시즌은 성공적이다. 한국 무대를 밟자마자 곧바로 정상급 리베로로 자리매김했다.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디그에서 각각 49.45%와 2.753개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세트당 수비 성공(리시브+디그)은 5.233개로 리그 2위다.

료헤이가 수비에서 크게 힘을 보태면서 한국전력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상위권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상대 강서브를 훌륭히 받아내면서 한국전력의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료헤이는 V리그 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배구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1월 1일에 배구 경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다”고 털어놓았다.

료헤이를 향한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료헤이는 리베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올스타에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들힌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료헤이는 해외리그가 이번이 처음이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넘기고 있다.

료헤이는 “외국인 선수라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담에 패배하면 선수로 끝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절대 마음가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료헤이의 강점은 기본기다. 특히 자기 앞에 오는 공을 정확히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국내 상위권 선수와 료헤이를 직접 비교하면 우리나라 선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 국내 정상급 리베로인 오재성(우리카드)이나 박경민(현대캐피탈)은 코트 밖으로 나가는 공을 잘 건져낸다면, 료헤이는 자기 구역 안에 들어온 공을 능숙하게 처리한다”고 밝혔다.

료헤이도 한국인 리베로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배우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삼성화재 이상욱의 플레이를 인상 깊게 봤다”면서 “정말 잘한다고 느꼈다. 영상을 보면서 참조할 정도”라고 말했다.

리시브 능력이 탁월한 료헤이라고 해도 V리그를 대표하는 강서버들의 서브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OK금융그룹 레오(레오나로드 레이바 마르티네스)의 서브는 정말 받기 힘들다”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삼성화재 선수들의 서브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가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과 달리 일본은 새해에 행운을 빌면서 토시코시 소바라는 국수를 먹는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새해를 맞이한 료헤이는 “토시코시 소바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어느 리그에서 뛰건 간에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