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최초 ‘모자 金’ 도전…“길영아 아들 아닌 김원호 엄마”[파리올림픽]
by주미희 기자
2024.08.02 11:23:33
| 왼쪽부터 김원호와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사진=김원호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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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 오른 김원호(삼성생명)가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모자(母子) 올림픽 금메달’ 대기록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화순군청)은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공항) 조(랭킹 2위)를 2-1(21-16 20-22 23-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남자 복식 경기로 체력적 부담이 큰 서승재가 아쉬운 모습을 보인 사이, 김원호가 코트 빈 곳을 찌르는 강한 스매시를 선보이며 5점 차 우위로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엔 서승재-채유정 조의 반격이 시작됐다. 살아난 서승재의 공격력을 앞세워 듀스 접전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을 가를 3세트에서는 흐름을 탄 서승재-채유정 조가 초반 점수를 10-5까지 벌리며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김원호와 정나은은 물러서지 않고 동점을 만들었다.
엄청난 랠리 혈투로 김원호가 경기 중 구토를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나왔다. 그러나 김원호와 정나은은 막판에 재차 듀스를 만들어내며 끝까지 버틴 끝에 짜릿한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서승재-채유정 상대 5전 전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김원호-정나은 조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 결승 길목에서 첫 승을 거뒀다.
다음 상대는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김원호는 ‘모자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 감독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아울러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을 이룬 한국 배드민턴 전설이다.
경기를 마친 뒤 김원호는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제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며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밝혔다.
3게임에서 의료진에게 받은 주머니에 구토한 상황에 대해서는 “헛구역질이 나오길래 한 번 나오는 거겠지 싶었는데 코트에다 토할 것 같아서 레프리를 불러 봉지에 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코트에서 이렇게 티를 낸 건 처음이었다. 운동선수로서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보여줬다”고 머쓱해했다.
김원호는 이번 은메달 확보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 기쁨도 누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은메달리스트인 김원호는 “작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이기는 상황에 군대 생각을 했다가 졌다”며 “오늘 경기 중에는 그 생각을 안 하고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