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못 알아본 '도라이버', 플랫폼 문제였나…넷플릭스 1위 영광[스타in 포커스]
by김가영 기자
2025.02.28 15:53:59
'도라이버', 2일 연속 넷플릭스 1위
KBS에서 넷플릭스로, 플랫폼 바꾼 것이 신의 한 수
'홍김동전' 폐지한 KBS, 0% 시청률 굴욕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KBS가 외면한 예능이 드디어 주인을 잘 찾아 빛을 보고 있다.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이야기다.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김숙·홍진경·조세호·주우재·장우영의 상위 99% 코믹 인재들이 나사 없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조립하는 구개념 캐릭터 버라이어티쇼다. 26일, 27일 연이어 넷플릭스 대한민국의 TOP10 1위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도라이버’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KBS2에서 방송된 ‘홍김동전’이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부활한 프로그램이다. ‘홍김동전’은 홍 씨 김 씨의 동전으로 운명이 체인지 되는 피땀 눈물의 구 개념 버라이어티. ‘인간의 조건’,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을 만든 박인석 PD의 예능으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KBS는 이를 이유로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KBS에는 ‘홍김동전’의 폐지를 반대하는 항의가 쏟아졌고 시위 트럭까지 이어졌다. 특히 리얼리티로 쏠린 예능의 다양화를 위해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같은 버라이어티의 장르를 지켜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KBS는 시청률을 우선시해 이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결국 프로그램의 가치를 알아본 넷플릭스가 박인석 PD와 손을 잡고 ‘도라이버’라는 새로운 이름의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결국 새로운 이름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태어난 ‘도라이버’는 입소문을 타며 사랑을 받고 있다. 박 PD의 기획력과 넷플릭스의 든든한 지원이 만들어낸 쾌거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홍김동전’을 폐지한 KBS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률 고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더 시즌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효리, 박재범, 잔나비 최정훈, 이영지 등 화려한 MC를 섭외했고 송중기, 아이브, 에스파, 백종원, 제니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고 시청률이 2%를 찍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홍김동전’과는 달리 시즌을 거듭하고 있다.
‘킥킥킥킥’도 마찬가지다. 시트콤을 부활시켰지만 이 또한 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트콤 장르는 타 장르의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적게 든다. 제작 불황 시기에 제작비가 낮은 장르에 도전을 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르에 대한 고민만 있었을 뿐, 작품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킥킥킥킥’ 작품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KBS가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높은 시청률인지, 작품의 가치인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작품의 가치, 높은 시청률 그 어떤 것도 잡지 못한 채 공영방송의 역할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 날개를 단 ‘도라이버’. KBS의 어긋난 이 선택이 오히려 박인석 PD와 ‘홍김동전’에겐 도움이 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