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 "설경구 '길복순'땐 잘해주셔…갑자기?란 의문도" [인터뷰]③

by김보영 기자
2023.04.06 18:15:50

"설경구와 작업? '불한당' 땐 혼나고, '킹메이커' 땐 대들고"
"설경구와 조합 지친다는 반응? 청개구리 심보 생기더라"
"전도연 모녀 승부욕 대단…부루마블 게임하다 당황"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길복순’ 변성현 감독이 배우 설경구와 ‘불한당’, ‘킹메이커’에 이어 세 번째로 작업하며 느낀 분위기를 털어놨다.

변성현 감독은 6일 오후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공개를 기념으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 선배님이랑 저랑 작업하면서 많이 싸웠다고들 아시는데, 사실 처음 ‘불한당’으로 작업을 했을 땐 제가 일방적으로 경구 선배님께 혼이 난 것이다. 촬영 후반부 때나 되어서야 제가 좀 대들기 시작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번째 ‘킹메이커’ 때는 의견 대립이 좀 있어서 선배님과 부딪히고 많이 싸웠다. 그런데 이번 ‘길복순’ 때는 설경구 선배님이 저를 안 건드리시더라”며 “제가 당시 워낙 예민해져 있던 터라 배려를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변 감독은 “이번엔 경구 선배님이 오히려 좋은, 절 위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더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선배님께 많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의아하기도 했다”며 “이 분이 왜 이러지, 왜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시지 의구심도 들었다”는 너스레로 폭소를 자아냈다.

‘설경구와의 연속 작업이 이젠 지겹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변성현 감독은 “제가 설경구란 배우와 그의 연기를 워낙에 좋아한다. 안 그래도 얼마 전 그런 내용의 기사가 나와 읽은 적이 있는데 선배님도 읽으셨더라. 사실은 저도 당시에 ‘이 정도면 선배님과 작업은 할 만큼 다 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을 막상 접하니 청개구리 심보로 더욱 오기가 생겨난다고. 변 감독은 “‘설경구 변성현 조합 이젠 지친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제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그런가, 막상 그 내용을 읽으니 다음에도 내 작품에 해당 나이대의 남자 역할이 있다면 경구 선배님께 꼭 제안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바뀐 상태”라며 웃음지었다.



다만 다음에 또 설경구와 작업한다면, 더 이상 그를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처럼 수트를 입은 멋진 남성의 이미지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변성현 감독은 “처음 설경구 선배와 작업을 했던 이유는 이전까지 선배님이 ‘한국에 있는 보통의 아저씨’의 느낌을 대변하는 배우로 쓰이셨기 때문이다. 저는 그 이미지를 좀 빼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하지만 세 번의 작업을 통해 멋진 이미지는 충분히 선보였으니 다음 작품에선 다시 예전의 ‘보통 아저씨’ 같은 선배님의 느낌을 찾게 될 것 같다. 이 역시 일종의 청개구리 기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아닌 엄마로서 전도연의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고. 변성현 감독은 “엄마와 딸의 대사를 처음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선배님께 여쭤봤다. 전도연 선배님이 이에 흔쾌히 본인의 집으로 초대해주셨다”며 “덕분에 엄마 전도연과 그 딸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고 대화에서 풍기는 뉘앙스 등을 대사 쓸 때 참고했다”고 회상했다.

엄마로서 전도연의 모습을 묻자 “극 중 길복순은 딸 재영의 반응이나 대답에 상당히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물론 선배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실 때가 있지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해야 할 땐 따님에게 단호하고 확실히 말씀하신다는 점이 좀 달랐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모녀의 남다른 승부욕에 얽힌 일화도 공개했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 선배님과 따님 두 분 다 승부욕이 대단하다”며 세 사람이 부루마블 게임을 함께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는 “원래 부루마블이 땅을 많이 살수록 유리한 것이지 않나. 그런데 두 분이 이 게임에서 이기는 노하우를 잘 모르셨는지 마음에 드는 땅이 걸릴 때까지 계속 차례를 넘기시더라. 그러다 보니 저만 계속 땅을 사고. 그렇게 제가 계속 이기니 두 분이 눈물을 보이시길래 너무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엔 ‘제발 내가 졌으면’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하며 주사위를 던졌다. 나중엔 게임을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 말씀드렸는데 한 게임 더 하자고 하시더라. 나중엔 일부러 제가 땅을 사지 않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유발했따.

한편 지난달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전설의 에이스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데뷔작 ‘나의 PS파트너’를 시작으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선보여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톱배우 전도연이 액션 장르를 주력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타이틀롤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공개 전인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현지 평단 및 대중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시청시간을 공식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 31일 첫 공개 후 단 사흘 만에 1961만 시간을 기록, 비영어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영어가 사용된 영화들까지 합치면 ‘머더 미스테리’, ‘머더 미스테리2’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