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전우 위해 기어서 마라톤 완주한 전 美해병대원 화제

by이석무 기자
2019.04.17 13:45:53

보스턴 마라톤에서 기어서 결승선을 통과한 전직 미국 해병대원의 사연을 소개하는 USA투데이 홈페이지. 사진=USA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전 미국 해병대원 미카 헌든이 보스턴 마라톤에서 신었던 운동화. 세상을 떠난 전우들의 명판이 붙어있다. 사진=미카 헌든 페이스북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보스턴 마라톤을 기어서 완주한 전 미국 해병대원의 사연이 큰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CBS, 워싱턴 포스트, ESPN,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미카 헌든이라는 31살의 전직 해병대원 사연을 일제히 소개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해병대로 4년간 복무한 헌든은 지난 2010년 1월 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도중 도로변에 매설된 폭탄이 터진 것. 헌든은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동승했던 동료 매슈 밸러드, 마크 후아레즈, 영국 기자 루퍼트 해머는 이 사고로 사망했다.

헌든은 자신만 살아남은 데 대해 큰 죄책감에 시달렸다. 숨진 동료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보스턴 마라톤 참가를 결심했다. 자신의 운동화에 동료의 이름을 새긴 작은 명판을 붙이고 달렸다.

헌든은 이번이 생애 3번째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었다. 3시간 이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32km 지점에서 그만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36km 지점에 이르렀을 때는 달리기는커녕 서 있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기권을 권유했다. 헌든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늘나라에 있는 동료를 위해 결승선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6km가 넘는 거리를 기어갔다. 동료 선수의 부축도 거부하고 혼자 힘으로 천천히 전진했다. 관중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도록 경기 진행요원이 옆에서 지켜준 것이 그가 받은 유일한 도움이었다.

끝까지 기어서 레이스를 펼친 헌든은 3시간38분의 기록으로 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헌든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헌든이 숨진 전우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그의 사연을 접하고 감동 받은 미국인들은 응원과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헌든은 진정한 명예와 용기가 무엇인지 미국인들에게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헌든은 대회 후 인터뷰에서 “나는 사망한 전우와 그들의 가족을 위해 달렸다”며 “그들은 여기 없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팔다리도 멀쩡하다. 몸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외치면서 힘을 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