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김정호, '안 닮았다' 못 하겠던데요"(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16.09.06 10:14:58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데뷔 이래 첫 실존인물 도전이다. 차승원은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타이틀롤 고산자 김정호를 연기했다. 베테랑 배우도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에는 부담감을 느낀다. 실존 인물이어서 마음껏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실존인물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도 제각각이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까다로움이 있다. 차승원도 마찬가지였다. 선뜻 강우석 감독의 러브콜에 응할 수 없었던 이유다. 강 감독은 차승원 섭외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를 움직인 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로 꼽히는 대동여지도란 위대한 업적을 남긴 김정호에게도 사람이기에 완벽하지 않은 인간적인 구석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보면요, 정말 억소리가 나요. 어찌 보면 예술가잖아요.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김정호 선생도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완벽하게 만드는데 일상생활을 신경쓸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빈 구석이 많은 인물로 묘사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목판본과는 대비되면서 흥미롭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차승원이 그려낸 김정호는 사람 냄새 폴폴 난다. 그의 삶에서 지도를 빼면 빈틈 투성이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백성을 위해 지도를 그릴 만큼 마음이 한없이 넓고 따뜻한 사람인데, 지도를 그리느라 가정은 뒷전인 어찌보면 무정한 애비다. 200여년 전 김정호의 삶이 그렇지 않았을까. 초상화 속 김정호 얼굴이 차승원과 너무 흡사해 더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김정호 선생이 지도에 나와 있는 곳을 다 다녔냐, 안 다녔냐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잖아요. 제가 추측건대 모든 곳을 다 다닐 수는 없었겠지만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책상에 앉아서만 지도를 만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정호 선생의 호도 옛 ‘고’에 뫼 ‘산’을 썼을 만큼 산을 좋아하셨다고 해요. 초상화를 보면 얼굴이 많이 야위어 있잖아요. 고생의 흔적이 묻어난 얼굴인데 그 얼굴이 그냥 나온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초상화를 봤는데 ‘안 닮았어요’ 이런 얘기는 못 하겠더군요. 요즘말로 ‘싱크로율‘이 90%쯤? 기분이 묘했어요.”
차승원은 이번 영화를 찍으며 자연의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했다. 산을 좋아하는 유해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원래 산, 강, 들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유)해진씨가 산에 간다고 하면 그 힘든 데를 왜 가냐고 했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백두산에 가봤는데 천지를 봤을 때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어요.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경이로움을 느꼈죠.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찍으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넓었나, 이렇게 아름다웠나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우리가 살면서 늘 옆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잖아요. 자연이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는 뭔가 생각거리가 많을 때는 산을 찾게 될 것 같아요.”
김정호는 지도에 미쳤는데 차승원은 요즘 뭐에 미쳐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영화) 홍보에 미쳐있죠. 요즘 저를 가리켜 주변에서 ‘홍보홀릭’이라고 부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