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특타'는 미움을 지우는 과정이다

by정철우 기자
2015.06.08 10:35:06

한화 선수들이 경기 후 특타를 하는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화는 ‘특타’가 일상인 팀이다. 원정이면 예닐곱명 정도의 선수가 빠짐 없이 인근 고등학교에서 따로 배팅 훈련을 하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홈 경기가 있는 날엔 더 많은 인원이 일찍부터 운동장에 나와 타격 훈련을 한다. 홈에선 경기 후에도 특훈이 이어진다.

때문에 한화 구성원들은 ‘특타’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코치는 “그냥 일상이라고 보면 된다. 특별한 눈으로 보는 것이 우린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시즌 때에도 마치 스프링캠프 때와 같은 훈련량.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많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만 김성근 감독은 막강 전력의 SK 시절에도 매일 특타를 했다. 넥센 처럼 주전급 선수들은 거의 훈련을 하지 않는 팀이 파괴력은 훨씬 세기도 하다. ‘기술 향상’만으로는 한화의 특타를 모두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김성근 감독과 함께 선수들을 가르친 바 있는 한 지도자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를 했다. “김성근 감독의 특타는 ‘미움을 지우는 과정’이다.”

감독처럼 화가 많이 나는 직업도 드물다. 선수들은 플레이 하나 하나로 감독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다. 실수나 실패를 하는 선수는 미울 수 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공정성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열려 있다. 가장 잘 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선다.

그러나 김 감독도 사람이다. 화가 날 수 있고 미움을 가질 수 있다. 그 과정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특타라는 것이다.

그 지도자는 “전날 못 친 선수는 특타를 나온다. 그 시간 동안 김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 그런데 또 못 친다? 그럼 김 감독은 그 선수를 다음 날 또 데리고 나간다.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못 친 것이 아니라 못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스스로 만든다. 이제 워낙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 프로세스는 모두 잊은 채 ‘선수가 못하는 건 내 탓’이 되어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움은 감독의 역량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만큼 특정 선수 편애와 특정 선수에 대한 미움 탓에 팀 워크를 해치는 감독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실패한 지도자들의 절대 다수는 편애와 불공정으로 무너진다. 반면 성공적 리더십으로 주목 받고 있는 지도자들은 그 함정을 잘 피해간다.

아직 김 감독이 편애로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어쩌면 김 감독이 그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무기는 ‘특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