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LPGA 개막전 역전 우승..통산 8승(종합)

by김인오 기자
2015.02.01 09:29:38

최나연(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또 하나의 우승컵을 품에 안기까지 정확히 2년 2개월 걸렸다. 오래 기다린 만큼 우승 순간을 한껏 만끽했다. 세계 여자골프계를 흔들고 있는 ‘슈퍼스타’를 역전으로 따돌린 우승이라 더욱 값진 우승컵이었다.

최나연(28·SK텔레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츠 골프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 우승을 차지했다.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러의 골든 오캘러 골프클럽(파72·6541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최나연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홀을 마친 후 최나연이 적어낸 대회 성적표는 16언더파 272타. 3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최나연은 ‘천재골퍼’ 리디아 고(18)와 제시카 코르다(미국), 장하나(23·비씨카드)를 1타 차로 따돌리고 2015시즌 LPGA 투어 개막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2012년 11월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우승이자 LPGA 투어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그간의 마음 고생을 잘 알고 있는 ‘코리안 시스터즈’는 샴페인 세례와 깊은 포옹으로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2013년과 2014년을 무승으로 건너뛰며 절치부심했던 최나연은 자신의 부활을 알리듯 환한 표정을 지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미국에서 말(馬) 산업으로 유명한 플로리다주 오캘러에서 대회가 열린 탓일까. 최나연과 리디아 고의 치열한 우승 경쟁은 영화 ‘OK 목장의 결투’를 연상케 했다.

2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최나연은 1,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낸 선두 리디아 고와 4타 차로 벌어졌다. 추격전은 3번홀부터 시작됐다. 3~5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낸 최나연은 전반을 3언더파로 넘어섰고, 후반 12번, 14번홀 징검다리 버디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라운드는 최나연과 리디아 고의 치열한 우승 경쟁으로 진행됐다. 파3홀인 15번홀에서 다시 순위가 뒤집혔다. 최나연은 티샷을 홀 2m 정도 거리에 붙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리디아 고의 티샷은 왼쪽으로 쏠리면서 10m가 넘는 거리를 남겼다. 그러나 리디아 고의 먼 거리 버디 퍼트는 거짓말처럼 홀에 빨려 들어갔고, 최나연은 긴장한 탓인지 짧은 거리에서 버디 퍼트, 파 퍼트를 모두 놓쳤다. 타수를 더 벌릴 기회에서 오히려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최나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반전은 17번 홀(파4)에서 일어났다. 리디아 고의 티샷은 오른쪽 벙커를 향했고 최나연의 티샷은 왼쪽 카트 도로 부근으로 날아갔다. 두 선수 모두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험이 풍부한 최나연은 파로 잘 막아냈고, 리디아 고는 더블보기로 2타를 잃으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번 대회 첫 더블보기를 적어낸 리디아 고는 마지막 18번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나연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최나연은 “동반 플레이를 한 선수 중에서 내가 가장 경험이 많았지만 우승한 지 오래돼서 그런지 긴장이 됐다”며 “오랜만에 우승이라 행복하고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비록 다 잡은 우승을 놓쳤지만 리디아 고는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라는 선물을 받았다. 이 대회 전까지 세계 랭킹 2위였던 리디아 고는 2일 새롭게 산정되는 세계 랭킹에서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제치고 1위에 오른다.

17세 9개월 7일의 나이인 리디아 고는 역대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 세계 1위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종전 최연소 세계 1위는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운 21세 5개월 16일이다. 여자 최연소 세계 1위는 신지애(27)가 갖고 있던 22세 5일이었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장하나는 1타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동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만은 확실하게 알린 뜻깊은 대회였다.

박인비는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3위, 세계 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7언더파 281타로 공동 8위에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