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음악영화 '원스'의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 의미

by김용운 기자
2008.02.25 17:41:29

▲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원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아일랜드의 저예산 음악영화 ‘원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24일(현지시간)미국 LA 코닥 극장에서 열린 제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원스’의 주제가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는 ‘어거스트 러쉬’의 '라이즈 잇 업'(Raise It Up)과 ‘마법에 걸린 사랑’의 '해피 워킹 송'(Happy Working Song), '소 클로즈'(So Close), '뎃츠 하우 유 노'(That's How You Know)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주제곡들을 제치고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사실 ‘원스’의 주제가상 수상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일찌감치 예상된 결과였다.

‘원스’는 지난 1월 아카데미 후보작 발표당시 논란을 야기했다. 아카데미가 정한 주제가상 후보 선정 자격은 해당 음악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고 영화에서 최초로 씌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코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인 적도 있고 ‘원스’에 출연한 글렌 한사드의 앨범에도 수곡된 적이 있는 '폴링 슬로울리'는 후보 선정 원칙에 어긋났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카데미 측은 “존 카니 감독과 배우 글렌 한사드가 2002년부터 영화를 구상하고 작곡을 진행해왔으나 투자 문제로 영화제작이 늦어져 앨범에 먼저 수록됐던 것이므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원스’를 후보에 올렸다. 이때부터 ‘원스’는 유력한 후보로 꼽혔고 결국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주제가상을 받았다.



1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주간 2대의 핸디캠을 통해 만들어진 ‘원스’는 한 마디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영화다. ‘원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해 1000만 달러에 가까운 흥행수입을 올렸고 한국에서도 22만 관객을 돌파하며 제작비의 10배를 넘게 벌었다.

하지만 ‘원스’가 단순히 흥행성적이 높았기 때문에 오스카 주제곡 상을 수상한 것은 아니다. 영화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총아로 떠오르며 예술적 순수성과 도전정신이 훼손되어 가는 상황에서 아카데미는 ‘원스’에게 주제곡 상을 수여했다. 그만큼 ‘원스’의 시도와 성과가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는 방증이다.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 받은 ‘원스’의 여자 주인공 마케타 잉글로바는 “저희뿐만 아니라 저예산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음악가, 영화제작자 모두에게 있어 의미 있는 상” 이라며 “여러분들이 꿈을 꾸면 모두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결코 꿈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원스’의 수상은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전세계의 젊은 영화인들에게 하나의 이정표와 희망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 희망에 확신을 준 것은 분명 아카데미였다. 이는 80회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