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서웠어요”, 12년 만에 복싱 동메달 안긴 임애지 [파리올림픽]

by허윤수 기자
2024.08.02 10:06:16

복싱 여자 54kg급 8강서 콜롬비아 선수에 판정승
동메달 결정전 없는 규정상 최소 동메달 확보
2012년 런던 대회 한순철 이후 12년 만에 메달 획득
한국 여자 복싱 선수로는 최초의 올림픽 메달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임애지가 콜롬비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와의 대결에서 판정승 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사실 너무 무서웠어요.”

대한민국 복싱에 12년 만의 메달을 안긴 임애지(화순군청)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임애지는 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게 3-2(30-27, 30-27, 28-29, 29-28, 28-29) 판정승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동메달 결정전이 없는 올림픽 복싱 규정상 임애지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복싱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건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60kg급의 한순철(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또 한국 여자 복싱 선수로는 최초다.

임애지는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카스타네다를 상대로 풋워크를 살려 주먹을 냈다. 절묘한 타이밍의 카운터 펀치로 재미를 봤다. 결국 3라운드 막판까지 집중력을 보인 임애지가 준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임애지가 콜롬비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임애지는 “사실 너무 무서웠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상대가 원래 힘 있는 선수”라며 “전략을 많이 세웠는데 내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돌아봤다.



임애지는 천상 아웃파이터였다. 그는 “(상대 공격을 흘려보내) 엇박자가 나오는 게 정말 즐겁다”라며 “그럴 때는 내 페이스대로 경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웃었다.

판정 결과는 근소한 우위였다. 임애지는 “내가 조금 더 정확하게 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코치님들 표정도 긴가민가하셔서 끝까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한국 복싱에 다시 올림픽 메달을 안긴 임애지는 “유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최초로 금메달을 땄었는데 이번에도 여자 최초 타이틀을 얻게 돼 더 뜻깊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애지에게 영광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20 도쿄올림픽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첫 경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도쿄 대회 후 코치님께서 ‘파리올림픽 3년 남았다’라고 하셔서 힘이 쭉 빠졌는데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했나 싶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준결승에 오른 임애지는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를 상대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그는 8강전을 앞두고 코치진에게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고 들었다며 “전 (금메달까지) 세 번 이길 거라고 말씀드렸다. 결승까지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