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현 기자
2017.08.02 11:18:41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가요 기획사들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사의 사업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방송사에 대해 공동으로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는 1일 방송사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면서 2일 방송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사나 음반제작자 등이 회원인 이들 단체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방송이 끝난 후 이를 통해 만들어진 팀에 대해 방송사가 매니지먼트 권한까지 독점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영향력이 큰 방송사가 영세한 기획사의 고유 영역에 침범했다는 것이다.
한매연 간부인 한 기획사 대표는 “방송이 끝난 후가 문제”라며 “Mnet이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이 공연을 열고 음반을 내는 것은 긍정적이나 내년 12월까지 계약을 묶어두고 매니지먼트를 하며 음반과 공연, 광고 등의 수익을 내는 것은 방송사의 범위를 넘은 것이다. 기획사들은 되레 이 멤버들이 활동을 마칠 때까지 준비 중이던 그룹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등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Mnet의 경우 이를 의식한 듯 워너원의 매니지먼트 대행을 YMC엔터테인먼트에 맡겼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후 KBS와 MBC 등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진다. KBS는 데뷔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가수들에게 재데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인 ‘더 파이널 99매치’(가제)를 10월 중 방송을 목표로 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한동철 전 Mnet 국장을 영입해 특정 방송사와 손잡고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MBC도 연습생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에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현재 한창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를 출연시켜 달라는 섭외를 받은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며 “팀 일정을 고려해 섭외를 거절하면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여러 방송사가 경쟁하니 눈치도 봐야 해 이중고”라고 토로했다.
방송사를 등에 입은 대형 팀이 잇달아 등장할 경우 성장세에 있는 기존 그룹들의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인기 보이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이돌 팬덤 규모는 한정된 만큼, 전파력을 통해 유명해진 팀과의 경쟁에서 중소 기획사들이 선보이는 그룹들은 설 곳이 없다”며 “방탄소년단이 한 단계씩 성장해 만 4년 만에 빛을 봤다면 이들 프로그램에서 발탁된 그룹은 2~3개월 방송으로 팬덤을 이끌 수 있어 허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