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이승우 삼성행, 또 다른 관전 포인트
by정철우 기자
2012.12.04 14:16:45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삼성은 26일 FA로 이적한 정현욱 보상 선수로 LG 좌완투수 이승우를 선택했다. 삼성은 불펜이 양과 질적으로 풍부한 팀. 그러나 좌완 투수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불펜 투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제구력이 안정돼 있는 좌완 투수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드러난 것 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다. 삼성의 선택 속에는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이 들어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013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에 한가지 부탁을 했다. “당분간 뽑는 신인들은 즉시 전력감을 얻는 것이 매우 힘들 겁니다. 가능성 위주로 투자를 해 주시고,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선수들은 트레이드나 2차드래프트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류 감독은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 선수들이 잇달아 배출되자 “우리도 앞으로 원더스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1차 관문(프로)을 다시 뚫을 수 있는 선수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했었다.
류 감독이 이처럼 나름 프로에서 시간을 보낸 선수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생 구단 창단과 맞물려 있다. 새 구단이 생기면 일단 신인 선수들을 대거 몰아주게 된다. 신생 구단이 빨리 자리잡기 위해서, 또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워낼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당연히 기존 구단들에게는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즉시 전력감 신인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매년 중고 신인들이 신인왕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류 감독은 “안그래도 신인 선수들에게 들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생 구단들이 계속 나오면 더더군다나 당장 쓸 수 있는 선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기존 구단에 속해 있던 선수들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전력 보강이라면 그런 통로로 계획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환경과 상황이 바뀌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어쩌면 일찌감치 이승우와 같은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혀둔 것이고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류 감독의 지적 처럼 팀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갖고 있는 기량을 200% 이상 끌어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긴 김성배(롯데)와 박정배(SK)가 좋은 예다. 삼성 역시 앞으로는 이런 보강에 좀 더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역시 다른 환경이 주어지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올시즌 2승9패, 평균 자책점 5,9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제구가 좋다’는 류 감독의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1.65로 썩 좋지 못했다.
좌타자 상대로 더 약했다는 점도 약점. 우타자 피안타율은 2할9푼9리,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할7푼8리나 됐다. 불펜으로 나갔을 때 성적(평균 자책점 14.54)이 훨씬 나쁘다는 점도 좌완 불펜 투수로 그를 활용하는데 주저함을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 불펜에서 던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그 뒤에 훨씬 좋은 투수들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다는 건 투수에게 전혀 다른 자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좌투수가 왜 좌타에게 약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지도가 제대로 뒷받침 된다면 또 다른 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과연 9,10 구단 시대를 사는 삼성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