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미국을 버리고 세계를 품에 안았다

by박미애 기자
2008.02.25 17:25:58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 비앙 로즈'로 여우주연상 수상한 프랑스 여배우 마리온 코틸라르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쇠퇴와 맞물려 미국 위주의 수상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할리우드의 집안잔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2000년대 접어들면서 아카데미는 다양한 국적의 작품과 배우들을 후보로 선정하고 이들에게도 트로피를 아끼지 않았다.
 
24일(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8개 부문에 후보를 냈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과 남자조연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르기는 했지만 세계화를 위한 아카데미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아카데미는 유난히 미국 국적이 아닌 수상자가 많았다.
 
'라 비 앙 로즈'에서 세기의 디바,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프랑스 여배우 마리온 코틸라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작품상을 거머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 출신이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영국 출신 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 역시 영국 출신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마이클 클레이튼'의 틸다 스윈튼도 그 주인공이다.
 
외국 배우들에게 인색하기로 유명한 아카데미에서 이러한 수상자들의 면면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장기상영되며 호평을 받은 아일랜드 저예산 독립영화 '원스'를 아카데미도 주목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원스'는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특히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글렌 핸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는 무대 위에 직접 올라 영화 주제곡이었던 'Falling Slowly'(폴링 슬로울리)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10대 출산을 소재로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주노'가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저예산 영화들의 선전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트랜트포머'나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등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블록버스터들이 이번 아카데미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분장상과 시각효과상에 '트랜스포머'는 시각효과상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에서 실패했다.

대신 올해 아카데미는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의 손을 들어줬다. 주요 시상 부문에서 코엔 형제 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라 비 앙 로즈'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