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변성현 감독 "전도연·설경구 합, 최대한 오래 담으려 해" [인터뷰]②

by김보영 기자
2023.04.06 17:07:39

"전도연, 팬이라고 말하니 '다들 만나면 그런다'고 답해"
"가장 존경하는 배우 1등 전도연, 2등 설경구"
"처연한 모습보단 만화같은 전도연의 모습 그리고 싶었다"
"액션 연출, 배우들 힘든 모습 보니 인간으로서 못할 짓"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변성현 감독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인 전도연, 설경구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소감과 함께 ‘길복순’의 제작 뒷 이야기를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6일 오후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공개를 기념으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과의 첫 만남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맨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제가 선배님께 팬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배님께선 ‘다들 절 만나면 팬이라고 말해요. 나한테 시나리오를 안 줘서 그렇지.’라고 대답하시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 내내 전도연을 향한 열렬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1등, 2등, 3등을 묻는 질문에 주저않고 1위 전도연을 외쳤다. 2위가 자신과 ‘불한당’ 때부터 합을 맞춘 배우 설경구, 3위가 한석규라고 털어놨다.

변 감독은 “나에게 ‘좋아하는 배우 1,2,3등’이란 타이틀은 굉장히 상징적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2000년도 초반의 한국 영화를 사랑한다. 그 때가 우리나라 영화계의 전성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 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2000년도를 대표하는 영화들에 출연하셨던 분들이라 특히 의미가 크다. 제가 그 시절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 세 분 중 누가 더 연기를 잘하냐 묻는다면 감히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길복순’에선 자신이 존경하는 톱배우 전도연의 강인함,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과 존재감, 비범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변 감독은 “전작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을 비롯해 ‘무뢰한’ 등 이전 도연 선배님의 필모그래피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희생당하거나 처연함을 가진 캐릭터로 쓰임을 많이 당하셨다”며 “하지만 제가 실제 아는 도연 선배님은 이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선 다가가기 힘든, 업계의 최상위층에 계신 분이다. 그런 모습을 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길복순’이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캐릭터로 그려졌으면 했다. 또 도연 선배님은 연기와 도전을 향한 갈증이 되게 많으신 분이다.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도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가장 존경하는 두 배우 전도연, 설경구를 ‘길복순’으로 만날 수 있던 건 영광이었다고. 변 감독은 “역시나 두 분은 연기를 너무 잘하셨다. 사실 그래서 욕심을 냈던 장면도 있었다. 차민규(설경구 분)와 길복순이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장면 전에 차민규가 길복순의 딸 재영(김시아 분)과 통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길복순이 차민규와 재영이 통화하는 모습을 발견해 가로챈 뒤 대화를 나누고, 그 다음 최후의 액션신이 이어지는 것으로 기획됐었다”는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나중에 그 장면을 마지막 대결 직전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신으로 변경했다. 두 배우를 한 화면 안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두 분으로선 이번이 함께 호흡을 맞춘 세 번째 작품이지만, 저에게는 ‘길복순’이 두 분이 호흡을 맞춘 처음이자 마지막 제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영화가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영화라 과감히 시도한 도전도 있었다. 변 감독은 “이 작품이 극장 영화였다면 특유의 만화적 색채를 덜어냈을 것이다. OTT 개봉이 결정되었기에 ‘좀 더 센 색깔로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작업할 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다만 앞으로 다시는 액션 장르에 도전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도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배우들이 액션 장면을 소화하며 힘들어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사람으로서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더라”며 “힘들어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계속 장면을 위해 ‘더’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을 겪는 게 힘들었다. 인간성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보는 입장에서 배우가 잘못될까봐 너무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촬영 감독님께 ‘다시는 액션하지 맙시다’라고도 말씀드렸다”며 “액션 시나리오를 집필할 순 있겠지만, 연출로선 못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려면 제가 지금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전설의 에이스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데뷔작 ‘나의 PS파트너’를 시작으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선보여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톱배우 전도연이 액션 장르를 주력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타이틀롤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공개 전인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현지 평단 및 대중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시청시간을 공식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 31일 첫 공개 후 단 사흘 만에 1961만 시간을 기록, 비영어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영어가 사용된 영화들까지 합치면 ‘머더 미스테리’, ‘머더 미스테리2’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