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악재 딛고 절반의 성공…숙제 남겨

by박미애 기자
2016.10.17 13:00:00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영화제가 독립성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된 자리였다. 15일 열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올해 첫 민간 이사장 체제를 출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원년의 해로 삼고 보이콧에 태풍에 여러 악재를 견뎌내며 무사히 치렀지만 독립성 훼손은 영화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참석자 및 관객수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참석자는 올해 5759명으로 지난해 9685명보다 40%가 줄었다. 국·내외 게스트, 시네필, 마켓 등 전반전으로 감소했는데 특히 국내 게스트의 참석률 감소가 두드러졌다. 국내 게스트는 2640명으로 지난해 3226명보다 20%까지 줄었다. 관객수도 마찬가지다. 올해 총 관객수는 16만5149명으로 지난해 22만7377명보다 6만여 명이 줄었다. 30% 가까이 준 셈이다.

영화 단체의 보이콧이 일반 관객의 관심을 낮췄다. ‘다이빙벨 사태’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의 검찰 고발로 사법처리대상이 되고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해촉되면서 영화 단체의 보이콧으로 논란이 커졌다.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았던 조직위원장을 민간으로 넘기고 당연직 임원 조항을 없애는 등 정관 개정이 이뤄졌지만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훼복을 바라며 영화 단체들은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았다. 올해 국·내외 화제작이 많았지만 초청받은 감독 및 배우 대부분이 불참했다. 톱배우들의 불참은 일반 관객에 영향을 미쳤다. 한산하다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던 영화제에 그나마 일반 관객의 발길을 이끈 것은 오픈토크에 참여한 이병헌 손예진 윤여정, 야외무대인사에 참여한 ‘아수라’ 팀(정우성 곽동원 주지훈 정만식 김성수 감독) 정도였다. 내년 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영화제 측이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영화제 측은 “태풍과 지진,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이어온 과정 등 많은 악재는 분명히 올해 영화제의 분위기와 열기, 그리고 관객의 참여에 영향을 미쳤다”며 안정적으로 무사히 치렀지만 “많은 과제를 남긴 영화제였다”고 평했다.



예산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즈음, “올해 영화제 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까지 사실은 영화제의 개최여부가 불투명했다. 이로 인해 예산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해 시비(부산시) 60억, 국비(영화진흥위원회) 9억여원 지원했다. 시비는 전년과 동일하고 국비는 1억원 증가했다. 나머지는 기업에서 지원을 했는데 영화제 개최 결정이 늦어지면서 기업 후원이 대폭 줄었다. 예산이 지난해 120억원에서 25% 가량 준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안필름마켓이 줄어든 예산의 타격을 입었다. 올해 세일즈 부스는 총 24개국 157개 업체 62개 부스로 지난해 22개국 208개 업체 89개 부스보다 감소했다. 행사들도 대거 축소됐다. 영화제 예산은 해마다 국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내년에는 더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고 올해 영화제는 외양보다 내실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창동 감독, 허우 샤오시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중일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특별대담은 아시아 영화의 단단한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보물 같은 영화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헤쳐나갔으면 한다. 영화제가 힘든 상황이 생겨서 제가 나서야 한다면 절대 미안해하지 말고 말씀해달라”고 힘을 보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부산국제영화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않지만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 것인지는 영화제가 결정할 일이다. 권력이 개입해 좌우하는 건 잘못이라 본다”며 같은 뜻을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20년 전부터 영화제를 위해 헌신하고 키워왔는데 훈장은 못 줄 지언정 이런 식의 상처를 입히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같이 일해온 사람들까지 상처 입힌다. 그 상처 때문에 서로를 원망하고 지탄하게 만든다. 이런 때일수록 영화인들이 자존심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