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공) '2인자' 정성룡, 베테랑 이운재 눌렀다

by송지훈 기자
2010.06.12 19:33:34

▲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한국축구대표팀 수문장으로 나서는 정성룡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신세대 수문장 정성룡(성남 일화)이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서 허정무호의 선발 수문장으로 나선다.

정성룡은 12일 오후8시30분(이하 한국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소재 넬슨만델라베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그리스대표팀(감독 오토 레하겔)과의 본선 조별리그 맞대결을 앞두고 스타팅 라인업 11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서 정성룡은 대선배 이운재(수원 삼성)를 제치고 생애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정성룡이 월드컵 경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반전드라마를 연상시킨다.



허정무호 출범 초기부터 골키퍼 자원으로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선발 출장 가능성을 인정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통산 4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에 도전하는 이운재의 아성이 워낙 견고했던 탓이다.

월드컵 최종예선과 각종 평가전을 거치며 '백업 골리'로 역할이 굳어지는 듯 싶던 정성룡은, 그러나 올해 초 이운재가 갑작스런 부진에 빠지면서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운재가 소속팀에서 연거푸 실점을 허용하며 비틀거리는 사이 정성룡은 꾸준히 K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 무대서 안정감 있는 방어력을 과시하며 기량을 어필했다. 그리고 끝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영광스런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서게 됐다.

경쟁자의 현재 상태에 신경쓰지 않고 꾸준히 기량을 연마하며 자신만의 길을 간 정성룡의 노력이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반면 이운재는 자신이 2002월드컵 개막 직전 '넘버원' 김병지(경남FC)를 밀어내고 주전 수문장의 자리를 차지했듯이, 8년 만에 후배 정성룡에게 '1인자'의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