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데뷔전서 우승 마법 펼친 '미스터 매직' 세이기너..."이곳에서 유산 남기겠다"

by이석무 기자
2023.06.20 13:30:03

프로당구 PBA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스터 매직’ 세미 세이기너. 사진=PBA
[경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스터 매직’ 세미 세이기너(59·튀르키예·휴온스)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아이처럼 처럼 좋아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감정을 주체하기에는 그 기쁨이 너무나 컸다.

세이기너는 19일 밤 경상북도 경주시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3~24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PBA(남자부) 결승전에서 이상대를 세트 스코어 4-0(15-5 15-0 15-12 15-5)으로 이기고 우승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2019년 출범한 PBA에서 첫 출전한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한 선수는 세이기너가 최초다. 3쿠션 월드컵에서 7번씩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이번 시즌 PBA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세계캐롬연맹(UMB)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와 PBA에는 경기 룰이나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경기를 치르는 당구대와 공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처음 PBA에 뛰어든 선수는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함께 PBA 데뷔전을 치른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최성원 등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찍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당구선수로 40년 넘게 활약 중인 세이기너에게 적응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PBA에 몸담은 선수 마냥 완벽한 기량을 뽐냈다. 결승전에서 4-0 셧아웃 승리를 거둔 것은 세이기너가 역대 4번째였다.

세이기너는 흔히 말하는 ‘3쿠션 4대 천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4대 천왕의 당구를 한마디씩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토브욘 브롬달은 ‘천재성, 화려함’, 딕 야스퍼스는 ‘정확성, 디테일’, 프레드릭 쿠드롱은 ‘스피드, 폭발력’, 산체스는 ‘기본기, 안정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이기너의 당구는 ‘컨트롤’로 설명할 수 있다. 고난도 샷을 자유자재로 실전에서 구사한다고 해서 ‘미스터 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예술구 프로선수로도 활약할 정도로 화려하고 현란한 샷을 구사한다.

특히 세이기너의 최대 장점은 ‘포지션 플레이’다. 세이기너는 단순히 득점을 올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음 목적구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보내 다득점을 이끌어 내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실제로 세이기너는 이닝당 5득점 이상의 비율을 수치로 나타낸 ‘장타율’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이번 대회 그의 장타율은 11.3%로 대회 평균인 6.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찍었다.

한 번 기회가 찾아오면 5점 이상을 뽑아내니 상대 선수는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날 결승전에서 맞붙은 이상대도 그랬다. 그는 “세이기너 선수가 워낙 세계적인 선수인 ‘레전드’지 않나”라며 “그런 아우라를 많이 느껴보지 못했는데, 이번 결승에서 처음으로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세이기너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쿠드롱-조재호 ‘2강 체제’가 뚜렷했던 PBA 기존 판도가 크게 뒤엎어질 것을 예고했다.

세이기너는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이 내 당구 커리어에서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며 “첫 투어에서 우승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PBA는 내가 겪어왔던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지만 그래도 적응하려 노력했다”며 “한국에 오기 전 마음가짐을 바로 잡기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했고, 당구를 즐기면서 내가 원하는 당구를 치자 마음먹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한국 입국 직전에 코로나19에 감염돼 14일동안 집에만 있어여 했지만 그럼에도 항상 최고의 컨디션과 체력상태 유지하려 노력했다”며 “나는 한국 나이로 60살이지만 내가 가진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 중이고 체력적으로 플레이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7세트, 6세트, 4세트 뭐든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자주 오가면서 기본적인 한국말도 능숙하게 구사하는 세이기어는 선수인생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사람은 세 번 죽는다고 한다. 첫 번째는 육체적으로 죽을 때, 두 번째는 누구나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 때, 세 번째는 스스로 자신이 남긴 유산이 뭔지 모를 때라고 한다. 나는 앞으로 5년 정도 더 선수로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세대가 플레이하기 가장 좋은 무대가 PBA인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이곳에서 유산을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