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전문가들과 만난 '인간수업' 배우들
by김현식 기자
2020.04.30 19:20:0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출연진들이 스페셜 원데이 클래스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다.
29일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V라이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스페셜 원데이 클래스는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범죄학자 박미랑 교수, 경찰인재개발원 서민수 교수와 ‘인간수업’ 출연 배우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 김여진, 제작자인 스튜디오 329 윤신애 대표가 모여 우리 사회의 청소년 범죄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스페셜 원데이 클래스는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이자 전 경찰청 프로파일러 마스터이며 현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권일용 교수의 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권일용 교수는 “경제적 위기, 부모와의 갈등 등 개인이 경험하는 지속적인 좌절은 한 개인을 정신적으로 파괴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던져있다는 무력감이 일탈을 유발한다”며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갖는 심리적 특성을 설명했다.
이어 “강력 범죄자를 면담할 때 ‘지금까지 내 말을 이렇게 들어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현장 경험을 언급한 권일용 교수는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주변의 관심과 개입이 가지는 중요성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지만 범죄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는 작품의 리얼리티에 감탄했다는 감상평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극에 그려진 일탈이 일부 비행 청소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에도 생각보다 널리 퍼져있다”며 상식을 넘어서는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작품을 넘어 현실 속에서 어른들과 국가가 해나가야 할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수 역을 맡은 김동희는 “지수는 어릴 때부터 생계를 책임지면서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지만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에 따를 책임은 생각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느껴졌다”면서 연기하면서 느낀 책임감과 성숙함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박미랑 교수는 “일반인들은 처벌이 강해지면 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범죄자들은 형량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잡히느냐 안 잡히느냐 만을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따라서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검거의 확실성이 제일 중요하다. 경찰이 모든 범죄자를 검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관심, 신고, 제어가 중요한 것”이라며 ‘죗값’과 ‘처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뒤이어 기태 역을 맡은 남윤수는 ‘위기 청소년의 존재를 알게 된 10대 친구들이 어떤 역할을 취하면 좋을지’에 대해 물었고, 박미랑 교수는 “본인도 두렵기 때문에 방관자로 남기가 쉬울 것이다. 제도적으로 어떤 보호를 해 줄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좋은 어른만큼이나 좋은 친구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박미랑 교수는 ‘인간수업’의 제작자인 윤신애 대표에게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질문 했고, 윤신애 대표는 “작품 속 청소년 범죄는 그 어떤 범죄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범죄다. 모른 척 하지 말고 똑바로 직시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가장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으로 돌아가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주변을 돌아보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강단에 선 학교전담경찰관(SPO) 출신의 서민수 교수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며 “논쟁의 여지가 많은 주제에 정면으로 맞선 용기가 대단하다. 청소년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은 전부 봐야하는 작품”이라며 제작진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민희와 대화를 나누는 여성청소년계 경사 해경의 모습에 많은 공감을 했다”는 그는 “2012년 도입된 학교전담경찰관은 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 학생 선도 등 많은 역할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말로 학교전담경찰관을 소개했다.
해경 역을 맡은 김여진은 “작품 속 해경이나 학교전담경찰관처럼 때로는 끈질기게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민수 교수는 “예방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회복에 대한 관점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와 고심에 대한 언급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규리 역을 맡은 박주현은 강연이 끝난 뒤 “‘인간수업’을 만난 뒤 청소년 범죄와 사회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한 분 한 분의 관심과 사랑이 모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희 역을 맡은 정다빈은 “범죄의 길을 선택하면 혹독한 죗값을 치르게 된다는 점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으면 좋겠고, ‘인간수업’이 청소년 범죄 문제에 어른들이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드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