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도 브렉시트' 잉글랜드, 심각한 탈락 후폭풍

by이석무 기자
2016.06.28 11:19:39

잉글랜드 선수들이 유로2016 16강전에서 아이슬란드에게 패해 탈락이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쓰러진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맞물려 축구에서도 ‘브렉시트’가 일어났다.

잉글랜드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 알리안츠 리비에라 스타디움 열린 유로 2016 16강전에서 아이슬란드에 1-2의 패배를 당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인구 33만명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에게 탈락해 충격이 더 컸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일단 경기 후 로이 호지슨 감독이 사퇴를 선언했다. 호지슨 감독은 “매우 실망했다”면서 “이제는 누군가 이토록 젊고 열망이 넘치는 팀의 발전 과정을 살펴봐야 할 때”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2년간 더 감독직에 머물고 싶었지만 우리는 결과를 내는 직업임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 능력만큼 올라가지 못했다. 이는 분명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2012년부터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은 호지슨 감독은 유로2012에서 잉글랜드를 8강으로 이끌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계약기간을 2년 남기고 중도하차했다.



호지슨 감독은 부임 후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며 가장 노쇠했던 잉글랜드 대표팀을 젊은 팀으로 바꿨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부임 기간 내내 고리타분한 전술과 이해하기 힘든 선수 기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잉글랜드가 16강에서 탈락하자 안그래도 브렉시트로 우울한 영국 축구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잉글랜드, 4일만에 두번째 유럽 탈퇴를 겪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동안 잉글랜드 축구팀이 국가적 몰락의 상징이 돼왔던게 사실이지만, 월요일 밤의 경기 결과는 그야말로 더이상 적절할 수없는 타이밍이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차 SNS를 통해 “또다시 유럽에서 떨어져 나갔다”라며 “호지슨 감독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미 유럽 탈퇴를 한 번 경험한 것 같으니...”고 비꼬기도 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웨인 루니(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래도 “대표팀 은퇴는 없다”고 선언했다. 2003년부터 A매치 통산 115경기에 나선 루니는 “누군가 차기 감독에 뽑히더라도 나는 계속 대표팀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