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다한'①]'중년의 팜므파탈'...'내 남자의 여자'와 닮은꼴? 다른꼴!
by양승준 기자
2009.02.25 13:41:28
| ▲ KBS 2TV '미워도 다시 한번'과 SBS '내 남자의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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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내 남자의 여자’ 향기가?’
경쟁작인 MBC ‘돌아온 일지매’와 SBS ‘카인과 아벨’을 제치고 수목극 왕좌를 지키고 나선 KBS 2TV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 이 드라마는 김희애 배종옥, 두 중견 여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던 ‘내 남자의 여자’와도 곧잘 비교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기 드라마의 경우 비슷한 설정의 이전 작품이 간혹 언급되기 마련인데 '미워도 다시 한번'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2007년 종영한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미워도 다시 한번’과 ‘내 남자의 여자’는 어떤 점이 같고 또 다를까.
첫번째 공통점으로는 중견 배우들을 앞세워 중년 드라마의 반란을 꾀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전인화 박상원 최명길 등 사극 전문(?) 배우들을 과감히 주인공으로 캐스팅 했고, ‘내 남자의 여자’ 또한 김희애 김상중 배종옥 하유미 등을 주연으로 내세워 2007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특히 ‘미워도 다시 한번’과 ‘내 남자의 여자’는 여주인공의 파격적인 변신을 드라마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는 것에서도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과 ‘내 남자의 여자’ 제작진은 청순 여배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전인화와 김희애를 ‘팜므파탈’로 변신시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사극의 여왕’ 전인화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냉정과 열정을 동시에 소유한 인물을 맡아 ‘불륜녀’로 거듭났고, 외유내강형의 여성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김희애는 당시 작품을 통해 ‘악녀’ 아이콘으로 부상한 바 있다. 긴 생머리를 버리고 굵은 파마머리에 란제리를 걸친 김희애의 불륜 연기는 그야말로 중년 남성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두 드라마를 관통하는 이야기 키워드도 ‘중년의 불륜’으로 같다. 특히 ‘미워도 다시 한번’과 ‘내 남자의 여자’는 친한 두 여 주인공이 한 남자를 차지하게 위해 싸우며 우정을 배신하게 된다는 이야기 얼개에 극적 포인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성을 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재벌 2세 무남독녀 한명인(최명길 분)이 남편 이정훈(박상원 분)이 자신과 절친했던 스타 배우 은혜정(전인화 분)과 20년 동안 불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가하는 내용이 드라마의 줄거리. ‘내 남자의 여자’도 이화영(김희애 분)이 고교 동창인 김지수(배종옥 분)의 남편 홍준표(김상중 분)를 사랑하게 되며 늪에 빠지게 되는 두 여자의 갈등을 부각했었다.
하지만 두 드라마의 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차이점도 분명 존재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최명길은 박성원과 전인화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둘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하는 여자로 돌변한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배종옥이 김상중과 김희애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그 분노를 두 사람에 대한 복수로 표출하는 대신 내면의 혼동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전개다.
극중 배종옥은 친구와 남편의 불륜 앞에서도 가부장적인 드라마 틀 안에 갇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안 후에도 시댁 식구들을 챙기고 집에 찾아온 남편에게 밥을 해주는 등 수동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래서 배종옥의 ‘화’는 극중 언니인 하유미가 대신 떠맡아 김희애와 김상중을 응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 최명길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남편과 친구의 불륜에 맞서는 적극적인 캐릭터다. 어찌보면 남편의 불륜을 목격했을 때 물불 가리지 않고 분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좀 더 솔직하게 그린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제작진은 ‘내 남자의 여자’와의 차이에 대해 “’미워도 다시 한번’은 좀 더 페미니스트적인 여성 드라마”라며 “여성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또 그에 맞서는 것이 다른 일반 중년 드라마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