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女단체전 동메달, '막내 에이스'와 '든든한 두 언니' 완벽 조화[파리올림픽]

by이석무 기자
2024.08.10 21:06:16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전지희, 신유빈, 이은혜, 오광헌 감독이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전지희, 신유빈, 이은혜, 오광헌 감독이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여자 탁구의 ‘에이스’로 성장한 신유빈(20·대한항공)과 올림픽을 꿈꾸며 한국 귀화를 선택한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 이은혜(29·대한항공)가 서로 하나로 뭉쳐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가 팀을 이룬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매치 점수 3-0으로 누르고 귀중한 동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 만큼 값진 동메달이다. 탁구는 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스포츠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든 종목이다. 중국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번번이 벽에 막혀 메달 문턱을 넘지 못하기 일쑤였다.

한국 여자 탁구가 올림픽 단체전에서 메달을 수확한 건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다. 당시 김경아, 박미영, 당예서가 팀을 이룬 대표팀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바로 직전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때도 8강에서 고개 숙였다. 당시 8강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은 팀이 바로 이날 맞붙은 독일이었다.

이번에는 3년 전과 결과가 전혀 달랐다.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3-0 완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중심에는 신유빈이 있다. 17살이던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뼈아픈 실패를 맛봤던 신유빈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아직 20살 밖에 안됐지만 한국 여자 탁구의 기둥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단식과 혼합복식, 단체전 등 3종목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를 치르는 체력적 부담에도 불구, 신유빈은 강했다. 출전한 세 종목 모두 4강 이상 성과를 냈고 혼합복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신유빈 이전에 올림픽 탁구 ‘멀티 메달’을 달성한 선수는 1988 서울올림픽 유남규(남자단식 금메달, 남자복식 동메달),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김택수(남자단식·남자 복식 동메달), 현정화(여자단식·여자복식 동메달) 등 3명 뿐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 탁구의 전설들이다. 신유빈은 20살의 나이에 이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가 됐다.

이날 단체전에서도 신유빈의 활약은 빛났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일궈냈던 전지희와 호흡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이번 단체전에서 0-3으로 패했던 중국과 준결승전을 제외하고 1복식은 무조건 승리였다.



독일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 2세트를 먼저 따낸 뒤 3, 4세트를 내주며 고전하긴 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승을 일궈냈다. 1복식 승리는 팀 사기를 끌어올렸고 이후 2, 3단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신유빈과 함께 한 전지희와 이은혜에게 단체전 금메달은 더 값진 결과다. 두 선수는 모두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나란히 2011년 한국 귀화를 선택했다. 인생을 거는 모험이었지만 결국 그 바람을 이뤘다.

전지희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020 도쿄 대회에선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다른 국제대회에선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상하리만치 큰 대회만 나가면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훌륭히 이끌었다. 단체전에선 1복식과 3단식을 책임지며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에이스지만 아직은 어린 신유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면서 세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감격의 첫 메달을 수확했다.

2단식과 4단식을 책임진 이은혜의 수훈도 빼놓을 수 없다. 이은혜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서효원, 김나영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섰다.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올림픽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은혜는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고 단체전에만 나섰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단체전 초반에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다. 대표팀의 ‘약한 고리’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은혜는 경기를 치를수록 점차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자신감이 올라가면서 강점인 빠른 공격이 빛나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의 18살 에이스 아네트 카우프만에 완승을 거두며 당당히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