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어펜져스' 김정환·김준호, 후배들에 엄지척..."은퇴하길 잘했다"[파리올림픽]

by이석무 기자
2024.08.01 16:32:46

사진=KBS 중계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원조 어펜져스’ 김정환, 김준호가 올림픽 3연패를 이룬 후배들 활약에 “저희가 은퇴하길 잘했다 싶을 정도”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팀을 이룬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새내기 어펜져스’ 도경동의 활약이 빛났다. 단체전 8강전, 준결승전에 모두 출전하지 않았던 도경동은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7라운드 5점을 연속으로 따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김정환과 김준호는 KBS해설위원으로 이번 파리올림픽에 함께 했다.

최승돈 캐스터가 “도경동 선수가 마치 ‘제2의 김준호’ 같다. 도쿄올림픽 때의 김준호 위원이 생각난다”고 감탄했자 김준호 위원은 “도쿄 때의 저보다 더 잘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최승돈 캐스터는 “원조 어펜져스가 은퇴해도 되는 거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김정환·김준호 위원은 “그렇다. 정말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동감해 웃음을 자아냈다.

승리까지 단 1점이 남은 상황이 되자 피스트 아래의 도경동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경기를 제대로 못 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김준호 위원은 “무슨 심정인지 알 것 같다”며 격하게 동감했다.



마침내 ‘에이스’ 오상욱이 마지막 점수를 따내며 올림픽 3연패가 확정되자 최승돈 캐스터는 “그냥 메달도 아니고 금메달이다. 섭섭하지 않으시냐”며 김정환·김준호 위원에게 물었다. 이에 두 사람은 “전혀 아니다. 저희가 나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신진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또한 김준호 위원은 “오상욱 선수를 들어가기 전에 우연히 만났는데, 제가 금메달 따면 해산물 요리를 사주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2관왕이면 오상욱 선수가 사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기도 했다.

오상욱의 ‘롤 모델’로 꼽혔던 김정환 위원은 “오상욱 선수는 아직 한창이다. 올림픽을 두 번, 세 번 더 뛸 수 있다”며 “앞으로는 선배들이 큰 무대에서 느꼈던 걸 후배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그걸 자기 혼자 갖고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새내기 어펜져스’로 이날 첫 라운드 기선제압 역할을 톡톡히 한 박상원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김준호 위원은 “한 게임씩 올라갈수록 더 실력이 느는 듯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박상원 선수에 대해 떠올려 보니, 다 ‘디귿 디귿’이다. 대담, 담대, 당돌, 똑똑...”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날 생중계에선 사브르 대표팀 ‘맏형’ 구본길의 누나 구아름 씨와 뜻깊은 전화 연결도 성사돼 눈길을 끌었다.

최승돈 캐스터가 “구본길 선수의 둘째 아이가 오늘 태어난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구아름 씨는 “예정일은 오늘인데 2~3일 정도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고 소식을 전했다. 또 동생 구본길에게 “맏형으로 최선 다하는 모습, 오늘 정말 최고였어”라며 진심으로 축하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랑팔레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라가자 최승돈 캐스터는 “경기장 밖에서 만납시다. 행복한 밤을 누리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펜싱과 함께 더욱 번창합시다”며 중계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