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신태용 감독 도전정신, 폄하되지 말아야"
by이석무 기자
2018.07.05 16:13:54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거둔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회장은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사 축구팀장들과 가진 월드컵 결산 간담회에서 “16강 진출 실패로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선수들을 격려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스웨덴, 멕시코에게 잇따라 패하면서 1승 2패, 조 3위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월드컵 기간 내내 러시아 현지에서 대표팀과 함께 하면서 선수들을 지원했던 정 회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많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투지, 간절함을 넘어 온전한 경기력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가능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국 축구가 기술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성적 지상 주의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기술 훈련 대신 체력이나 전술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며 “대학에 진학하려면 전국대회 4상, 8강 이상 성적 거둬야 한다. 입상을 위해 강팀과 경기를 피하려고 한다. 선수, 지도자 모두 성적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리그 소속이었다. 우리는 기량이 가장 좋을때 군 입대가 겹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 손흥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특기자 제도 등 제도 개선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군경팀 선발 증대와 입대 연령 조정 등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태용 감독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그를 옹호했다. 정 회장은 ”신 감독의 실험과 도전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것 같다. 신 감독에 대한 많은 비판을 공감하지만 실험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김민재라는 대형 수비수 발굴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현우와 이승우, 윤영선, 주세종 등을 과감하게 기용해 대표팀의 운용 폭을 넓힌 건 평가할 만하다“며 신 감독의 성과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국 축구팬들을 멕시코나 독일 팬들과 비교하며 ”우리는 선수, 감독에 대한 비난 및 조롱이 너무 심하다. 애정을 보내는 응원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더 많은 소통 위해 특별 자문기구 만들어 다양한 얘기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또한“축구 기술만 발전한다고 해서 축구가 잘 되지는 않는다.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축구가 발전하고 흥행도 가능하다”고 팬들의 성원을 당부한 뒤 “우리도 조롱보다는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4년 뒤에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자리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도 이번 월드컵에 대한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선수로서 4번, 감독으로서 1번 월드컵을 경험했던 홍명보 전무이사는 자신의 6번째 월드컵에 대해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는 힘들었고, 둘째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홍 전무이사는 “2002년 월드컵 이전에 출전했던 월드컵 상황이 오버랩됐다”며 “그 때도 뭔가 높은 벽에 막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 밖에서 경기를 보고 선수들 표정을 봤을 때 예전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 선수들에게 어떻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안고 왔다”며 “6~7개월 동안 여러 일을 경험하며 축구협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정도 환경이 토대 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