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진출 포기' 정대현 "한국 구단 오퍼 때문 아니다"
by정철우 기자
2011.12.13 14:10:25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한국 구단의 오퍼 때문에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아쉽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여왕벌' 정대현(33)이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접고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정대현은 13일 "그동안 추진했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오늘 오전 볼티모어 구단에 그 뜻을 전달했다"며 "이제 국내 팀 중 뛸 팀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정대현은 일찌감치 원 소속구단 SK와 협상을 접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구단인 볼티모어가 일찌감치 정대현에게 강한 러브콜을 보냈고, 2년간 320만달러 보장의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계약은 성사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메디컬 체크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불거지며 계약이 미뤄졌다. 이에 정대현은 지난 7일 귀국했고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했다.
다음은 정대현과 일문일답.
▲추수감사절이 끼어 있었던 탓에 전체적으로 일정이 미뤄진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는 메디컬 체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한국에서 알려진 바와는 다르다. 무릎이나 어깨, 팔꿈치에는 전혀 이상이 나오질 않았다. 다만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 문제는 이에 대한 치료 방법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룰이 있어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
▲나를 둘러싼 루머 기사들 때문이었다. 스플릿 제안 등 그릇된 내용이 세상에 알려져선 안된다는 생각에 덜컥 협상 내용을 밝히게 됐다. 그러나 이후 구단이 내 불찰 때문에 매우 곤란을 겪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후 내가 입을 닫게 된 이유다. 더 이상 볼티모어 구단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건 메이저리그의 룰을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볼티모어 구단이 자세한 내용을 밝혀주지 않기를 바란 만큼 그 약속은 꼭 지키려 한다.
▲볼티모어 구단은 진정으로 나를 대해줬다. 미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내게 베푼 호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래서 메이저리그구나'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됐다. 특히 메디컬 체크에서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연봉을 깎자는 제안을 하지 않고 기다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다. 다만 좀 전에 밝힌대로 치료 및 제반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계약까지 이르지 못하게 됐다. 마음 같아선 볼티모어 구단이 내게 했던 제안 등 있었던 일을 모두 공개하며 더욱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계약룰에 어긋난다며 공개를 원치 않았기에 끝까지 가슴에 묻고 가려 한다.
▲미국에 막상 건너가보니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다는 것도 느끼게 됐다. 아내가 미국에 집과 환경 등을 알아보러 왔었는데 아이 교육과 생활 환경 등 아내가 현실적으로 느낀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교육과 살 곳을 보러왔던 아내는 나와 가족이 같은 지역에서 지낼수 없고 떨어져 지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듣고 미국행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여기까지가 지금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절대로 한국 구단의 오퍼 때문에 흔들린 것은 아니다. 일찌감치 미국행을 선언한 탓에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다. 내가 한국에 남게 되면 어떤 대우를 받게될 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미국행 추진이 몸값을 올리려는 액션이었다면 그 전에 뭔가 제안을 받아둔 뒤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출신 첫 직행 메이저리거가 되는 꿈을 꾸며 행복했다. 이제 더 이상 꿈 꿀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또 거의 내 손에 닿았었던 일이기에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기대해주신 야구팬, 그리고 끝까지 노력해 준 볼티모어 구단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부디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앞으로 한국에서 못 다이룬 꿈을 이룬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 메이저리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남은 힘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