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올드보이' A팀 무한경쟁 뚫어낼까

by송지훈 기자
2009.08.24 14:07:24

▲ 안정환, 설기현, 조재진, 차두리, 김남일(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 9월5일 호주와의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무려 15명의 해외파 선수들을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불거진 축구협회와 K리그간 갈등으로 인해 K리거들의 소집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해외무대에서 활약 중인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해외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가운데 근래 들어 좀처럼 A매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선수들도 호주전 차출 명단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모처럼 허정무호에 이름을 올리며 '컴백 스페셜'을 준비 중인 '해외파 올드보이'는 김남일(32, 비셀고베), 조재진(28, 감바오사카), 차두리(29, 프라이부르크), 안정환(33, 다롄스더), 설기현(30, 풀럼) 등 총 5명이다. 모두가 2002한일월드컵, 2006독일월드컵 등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아본 경험이 있지만 그간 A팀에서 중용되지 못했던 인물들이기도 하다.     
 

가장 오랫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아우토반' 차두리다. 2006년 10월8일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1-3패)에 수비수로 출장한 것이 마지막이니 햇수로 치면 4년 만의 컴백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본업인 날개 공격수 역할을 접고 갓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시점이라 여러모로 설익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소속팀에서 주전 라이트풀백으로 자리를 굳히는 등 안정감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설바우두' 설기현은 2008년 6월14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경기(3-1승)가 '마지막 A매치 기억'이다. 월드컵 예선 기간 중 날개 공격수로서 꾸준히 선발 출장했지만, 이후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린 데다 부상과 슬럼프가 겹쳐 더 이상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편 '진공청소기' 김남일과 '작은 황새' 조재진은 2008년 9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1-1무) 이후 허정무호에서 동반 퇴진한 케이스다. 나란히 A팀 세대교체 및 전력개편 대상자로 지목받은 까닭이다. 
 
김남일은 이 경기서 북한 공격수 홍영조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준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A매치 이력을 추가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신예 미드필더 기성용(20, 서울)이 후반23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린 점 또한  세대교체 가속화의 원인이 됐으며, 주장 역할 또한 박지성(28,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몫이 됐다.
 
조재진의 경우 코칭스태프가 기대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이후 허정무호는 정성훈(30, 부산), 서동현(24, 수원), 신영록(22, 부르사스포르) 등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테스트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 또한 북한과의 A매치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은 케이스다. 김남일-조재진보다 석달 앞선 2008년 6월22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0-0무)에 선발 출장해 후반14분 박주영과 교체된 것이 '마지막 흔적'이다. 
 

우측면 풀백 자원인 차두리는 포지션 주인 오범석(26, 울산), 수준급 백업자원 최효진(26, 포항) 등과의 주전다툼에서 승리해야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두 선수 공히 빠른 발과 투쟁심등 차두리의 장점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측면 공격수 설기현의 경우 박지성과 이청용(21, 볼튼), 염기훈(26, 울산), 김치우(26, 서울) 등과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혹여 최전방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박주영(24, 모나코)이나 이근호(24, 주빌로이와타)가 날개자원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성과 더불어 경험 면에서 경쟁자들과 견줘 비교 우위를 인정받는 설기현이지만, 최근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스트라이커 자원인 안정환과 조재진은 박주영, 이근호 등 기존 투톱 멤버들은 물론, '국내파 올드보이' 이동국과의 생존경쟁이 예정돼 있다. 허정무 감독이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최전방에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타깃맨(target man)'을 간절히 찾고 있는 만큼, 호주와의 실전 리허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대표팀 잔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김남일은 조원희(26, 위건), 김정우(27, 성남), 기성용 등 쟁쟁한 후배들과 힘겨운 주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 선수 모두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고 있는 데다 근래 A매치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선보인 바 있어 쉽지 않은 경쟁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남일이 지난 5월 장딴지를 다쳐 3개월 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만큼, 경기 감각 회복 여부가 경쟁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