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김경기 코치, 내 10년을 아는 분"

by박은별 기자
2012.06.04 15:44:56

▲ SK 박재상(왼쪽). 사진=SK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애기도 요즘은 집에서 분위기 파악을 한다니까요."

SK 박재상은 새내기 아빠다. 세상에 나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들 범준이. 아무리 어려도 아빠의 힘든 회사생활을 알아주는 건 역시 아들뿐인가보다. 박재상은 "기분이 안좋아 집에 들어갔을 때는 분위기 파악을 하고 울지도 않는다"며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렇게까지 성적이 좋지 못할거라는 걸 그 누가 알았을까. 박재상은 부진하다. 지난 스프링캠프서 미친 타격감을 보였던 그가 시즌 시작한지 두 달여가 됐지만 아직 그만한 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타율 2할5리. 안타 25개(홈런2개)에 타점은 6개에 그친다. 출루율은 남들 타율보다 낮은 3할1푼이다. 막강 수비력으로 1군에서 버티곤 있지만 박재상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방망이에선 힘을 못쓰고 있다. 

성격상 야구장에서는 힘든 걸 전혀 내색하지 않다. 속은 문드러지고 근심 가득해도 '허허' 웃는다. 본인보다 가족들이 더 마음고생이 많다며 오히려 가족 걱정이다. "나도 속상하다. 이렇게까지 초반에 안좋았던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부모님 장모님이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 미안하다."

별의별 노력을 다 해봤다. 폼을 이래저래 바꿔보기도 하고 미친듯이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아예 모든 걸 포기한 듯 두 손을 놔보기도 하고. 그래도 머릿속에는 늘 야구 생각밖에 없었다. "아. 왜 안될까." 지난 두 달간은 이 생각때문에 온통 스트레스였다.



타격 부진의 가장 기본적 원인은 캠프에서 보여줬던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그는 "스윙이 크고 힘도 많이 들어갔다. 손이 뒤에서 누워 나오는 폼이었다. 살살 가볍게 쳐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경기에만 들어가면 욕심이 생기고 결과를 내야하니까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단 잘못된 점을 알았으니 절반은 해결된 셈. 그는 그간 코칭스태프들의 조언을 통해 조금씩 보완을 해내갔다. 덕분에 1할대, 바닥까지 떨어졌던 타격감도 서서히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 6경기서 14타수 4안타, 2할8푼5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 30일 경기에서는 2타수 2안타 1득점으로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슬슬 발동이 걸린 듯하다.

무엇보다 김경기 타격 코치의 1군 복귀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코치는 박재상 신인 때부터 10년 넘게 그를 쭉 지켜봐왔다. 가장 좋았을 때, 가장 나빴을 때, 그의 모습들을 가장 잘 기억하는 코치 중 하나다.

박재상으로선 시너지효과다. 앞으로의 활약에 더 기대감을 갖게하는 부분이다. "김경기 코치님은 10년동안 날 봐왔던 분이다. 이제 1군에 오셨으니 마음 편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김경기 코치도 이젠 걱정할 것 없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김 코치는 "재상이가 스윙이 커지면서 상대 투수와 상대조차 어려울 정도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있었다"며 "일단 답답하더라도 작은 스윙으로, 대신 힘을 싣는 타격을 주문했다.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서 이젠 걱정하지 않는다. 타구도 잘 맞아나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는 1위를 달리고 있긴 해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타격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팀타율, 득점 모두 꼴찌다. 1번타자 정근우, 3번 최정, 4번 이호준이 타격감이 좋은 상황. 2번 타자로서 찬스를 연결해주고 때로는 찬스를 해결해줘야하는 박재상이다. 그의 활약 여하에 따라 SK의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다. 본인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오기있게 덤비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서 더 못쳐도 더 떨어지겠어' 하는 생각이다. 이제 타격감이 좋아진 것 가지고 섣부르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최근의 성적들이 좋은 계기로 연결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힘든 시기지만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이겨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