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는 호날두' 절체절명 순간에 터진 기적의 해트트릭

by이석무 기자
2019.03.13 13:20:03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소속팀 유벤투스의 대역전승을 견인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유니폼이 달라져도 ‘호날두는 호날두였다’. 특히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는 여전히 ‘슈퍼히어로’였다.

호날두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혼자 3골을 터뜨리는 해트트릭 활약으로 소속팀 유벤투스(이탈리아)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아틀레티코에 0-2로 져 패색이 짙었던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원맨쇼에 힘입어 2골 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완성,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호날두는 전반 27분과 후반 3분 잇따라 헤딩골을 터뜨린 뒤 후반 41분 팀 동료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가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를 침착하게 차넣어 해트트릭과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1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던 호날두는 이날 3골을 추가하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개인 통산 득점을 124골로 늘렸다. 이 부문 역대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106골)와의 격차를 18골로 벌렸다. 두 선수의 나이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할 때 쉽게 뒤집어지기 어려운 수준이다.

호날두는 지금까지 통산 7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득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13~14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은 17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호날두는 득점뿐만 아니라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도움에서도 39개로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출전 경기 역시 164경기로 이케르 카시야스(포르투·179경기)에 이어 2위일 정도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지난 여름 1억 1200만 유로(약 15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유벤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도 호날두는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발렌시아전에서는 퇴장을 당하는 등 출발부터 꼬였다. 조별리그 내내 1골에 그쳤고 아틀레티코와의 16강 1차전에서도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끝에 팀의 0-2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팀이 가장 필요한 순간 3골을 몰아치면서 진정한 슈퍼히어로임을 증명했다.

스페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날두는 이날 경기 전 오랜 연인인 헤오르히나 로드리게스와 아들에게 “오늘 해트트릭을 기록해 8강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단지 말 뿐이 아니었다. 호날두는 자신의 약속을 그라운드에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의 약속대로 호날두가 3골을 몰아넣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로드리게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호날두는 이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평소 하지 않았던 독특한 세리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관중석을 향해 자신의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간 것. 아틀레티코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1차전 승리 후 했던 행동을 호날두가 그대로 따라 하며 되갚아준 것이었다.

당시 시메오네 감독은 외설적인 동작으로 상대를 도발했다는 이유로 2만 유로(약 25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호날두도 벌금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논란에도 아랑곳 않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것이 유벤투스가 나를 데려온 이유. 그들이 전에 해내지 못한 우승을 돕기 위해 내가 왔다”며 “아틀레티코는 상대하기 무척 힘든 팀이지만, 우리 역시 강했고 8강에 나갈 자격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우리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매우 훌륭했다”며 “이것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정신자세”라고 승리의 공을 동료에게 돌렸다.

한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이하 맨시티)는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샬케(독일)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던 맨시티는 1, 2차 합계 10-2로 8강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