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청용, 우승과 강등 사이 얽힌 운명의 장난

by이석무 기자
2012.05.08 14:03:14

▲ 맨유 박지성(왼쪽), 볼턴 이청용.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리안 프리미어리그 맏형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부상에서 돌아온 이청용(23.볼턴 원더러스)이 운명의 장난에 휘말리게 됐다. 박지성이 웃으면 이청용이 울고. 이청용이 미소지으면 박지성이 고개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된 것.

박지성이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7승5무5패 승점 86점으로 선두 맨체스터 시티에 골 득실에서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골 득실에서 8골이나 뒤지고 있어 자력 우승은 물 건너간 상황. 선두 맨시티가 실수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맨유가 선덜랜드를 무조건 이기고 맨시티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게 비기거나 패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도 상황이 복잡하다. 이청용의 볼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볼턴은 현재 10승5무22패 승점 35점으로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러 있다. 볼턴이 2부리그 강등을 면하기 위해선 승점 37점인 QPR를 잡아야 한다. 만약 볼턴이 스토크시티와의 최종전에서 이기더라도 QPR이 맨시티를 상대로 승점을 얻으면 볼턴은 강등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축구팬들 입장에선 박지성을 응원하자니 이청용이 마음에 걸리고, 이청용을 응원하자니 박지성이 걸리는 상황이다. 우산장수,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심경과도 같다.



현실적으로는 맨시티가 QPR을 꺾고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나는데다 경기가 맨시티의 홈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맨시티는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QPR 원정경기에서도 3-2로 이긴 바 있다.

하지만 QPR도 그냥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강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저항을 한다는 각오다.

특히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은 맨시티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 휴즈는 지난 2008년 여름 맨시티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1년 반 만에 성적 부진으로 해임당한 바 있다. 휴즈는 당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환상적일 것이다"며 "운명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더 재미있는 것은 휴즈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의 남다른 관계다. 휴즈 감독은 선수 시절 맨유에서 7년간 퍼거슨 감독과 함께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휴즈를 주전 공격수로 기용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스완지시티전을 마친 뒤 "휴즈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며 "그는 예전에 맨시티에서 옳지 않은 방법으로 경질됐다. 그 사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휴즈 감독에게 간절한 SOS를 보낸 셈이다.

이런 얽히고 얽힌 관계 속에서 과연 휴즈 감독이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맨시티에 찬물을 끼얹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