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에 등 돌린 JK필름,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

by최은영 기자
2012.05.04 18:11:08

4일 기자회견 열어 `미스터K` 논란 해명

▲ 이명세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영화 `미스터K`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미스터K`는 CJ E&M이 투자·배급하고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 제작하는, 100억 원대 상업영화다. 애초 연출은 이명세 감독이 맡았다.

하지만 영화 제작은 11회차에서 멈췄다. 촬영이 중단된 지도 거의 한 달이 다 돼간다. 감독과 제작사의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를 본인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했다. 이전까지 화해의 노력을 계속해온 제작사도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스터K`를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거대 자본과 창작자, 영화계 선후배 감독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논란에 대한 JK필름 측 해명을 주요 쟁점별로 정리했다.



길 대표는 "존경받는 감독님을 모셔와 작업하던 중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조용하게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이번 일이 본질과 다르게 비치고 있어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기자회견을 열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길 대표는 "영화 촬영 전 감독, 제작사 간 합의된 약속이 있었다"라며 "그런데 그것이 큰 틀에서 어긋났음을 1차 편집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촬영을 잠시 중단하고 이야기를 좀 하고 가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과정에서 이명세 감독님과 오해가 생겼고, 그 오해가 발단이 돼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갈등이 불거진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윤제균 감독이 이명세 감독에게 보낸 메일에는 `내러티브는 없고 이미지만 보인다` `배우들 연기가 과장되고 억지스럽다` 등의 편집본 모니터링 결과가 포함돼 있었다. 윤 감독은 메일을 통해 `귀를 좀 열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길 대표는 "영화 촬영을 중단한 이후 이 감독님을 두 번 만났다"라며 "첫 번째 만남에선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법대로 가자`고 통보했고, 두 번째 만남에선 이 감독이 윤 감독과의 `공동연출(코미디와 액션을 나눠서 찍자)`을 제안했는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길 대표는 "이 감독은 CJ 윗선을 운운하며 이 상황을 `창작자와 자본의 싸움`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라면서 "제작자가 초반 편집본을 확인하는 것은 `검열`이 아닌 의례적인 절차다. 이번 일은 제작사와 감독의 문제다. CJ와는 이 영화의 투자사로 상의만 한 정도"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양측의 갈등이 더욱 커진 건 지난 4월 말이었다. 하차 의사를 밝힌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K`를 자신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한 것.

길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하루 뒤인 25일 알게 됐다"며 "여러 창구를 통해 하차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조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미스터K`는 지난 2009년부터 JK필름이 기획, 준비해온 작품이다. 누구보다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이명세 감독이 이런 절차를 밟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의도로 이런 일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저작권 문제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스터K`는 박수진 작가가 쓴 초고 `협상종결자`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며 "이후 윤제균 감독과 이명세 감독이 각각 시나리오를 한 차례씩 수정했다. 영화에 관여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로 최종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는데, 아이디어를 일부 제공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 작품이 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명세 감독의 저작권 주장과 관련 JK필름은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저작권 말소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 밖에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본인의 것으로 불법적으로 등록한 사실에 대해서는 형사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길 대표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길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명세 감독은 지난달 21일 조감독을 통해 `미스터K`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하차에 따른 `명분`과 `실리`는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야기를 하라고도 했다.

길 대표는 "`실리`는 위로금을 말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정 대표를 통해 요구해온 위로금의 액수가 너무 컸다. 이명세 감독 연출비 잔금이 1억 원 남아 있었고, 각색료로 5000만 원, 여기에 여러 가지를 더해 2억 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 배를 요구하시더라"고 밝혔다.

항간에 떠도는 `10억 원 요구설`에 대해서는 "이명세 감독이 정태원 대표에게 `미스터K`를 하면서 삼성에서 제안한 CF 등 놓친 작품을 따지면 10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라며 "하지만 우리에게 직접 전해진 이야기가 아니어서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길 대표는 "하지만 협상은 이것으로 끝이다"라며 "위자료를 논의하면서 동시에 저작권을 등록했다. 현재로선 위자료는 물론이고 잔금 또한 지급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이미 3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이명세 감독이 촬영한 편집본은 21분 분량. 이마저도 이 감독의 아이디어로 설정된 부분은 사용할 수 없어 상당 부분 폐기가 불가피하다.

길 대표는 "일부지만 그냥 엎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제작비가 이미 33억 원이 쓰였다. 감독과의 대립은 사실 지금은 생각조차 없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JK필름은 이승준 감독을 새로운 연출가로 영입, 이달 중순 촬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연출자를 비롯해 촬영감독 등 스태프 절반 정도가 바뀌지만, 설경구 문소리 다니엘 헤니 등 배우는 그대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