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확대경]박주영 in 프랑스, 성공 가능성은?
by송지훈 기자
2008.09.02 17:32:02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8강 진출에 실패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한국축구가 ‘새로운 유럽파 탄생’이라는 히든카드를 통해 흐름 반전에 나선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FC서울과 국가대표팀에서 주전급 공격수로 활약해 온 ‘축구천재’ 박주영으로, 프랑스 명문 AS모나코 입단이 확정되면서 성공적인 안착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각각 미들즈브러(잉글랜드)와 페예노르트(네덜란드)에 입단하며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이동국(성남)과 이천수(수원/임대)가 나란히 쓴잔을 들이키고 컴백한 데다 이영표(도르트문트)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토트넘(잉글랜드)을 떠나는 등 유럽파 한국 선수들의 악재가 잇달았던 만큼 스물세 살 젊은 피의 도전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관련한 미디어의 반응 또한 뜨겁기 그지없다. 계약이 확정되기 전부터 ‘특종’, ‘단독보도’ 등의 머리말을 붙여 ‘박주영 AS모나코 입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줄줄이 쏟아져 나온 것이 좋은 예다. 상황은 프랑스 쪽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모나코 구단 팬 페이지에 게재된 선수단 명단에 일찌감치 박주영의 이름과 프로필이 등장한 것은 물론, 현지 언론사가 일찌감치 “박주영이 등번호 10번을 달 것”이라 보도하는 등 적잖은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박주영이 프랑스 르 샹피오나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것과 관련해 축구계의 반응은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쪽에서는 공격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모나코의 올 시즌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008-09시즌 개막 이후 모나코는 1승2무1패(4라운드 현재)를 기록하며 기대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현지 전문가들은 초반 횡보의 원인에 대해 파괴력 있는 스트라이커 부재를 첫 손에 꼽고 있다. 지난 시즌 7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프랑스의 신성’ 제레미 메네즈(AS로마)의 이적 이후 눈에 띄는 공격수를 보강하지 못한 것이 골 결정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박주영의 등번호 10번은 구단의 남다른 기대치를 반영하는 결과물로서 기대를 모은다. 유럽 프로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바 없는 동양인 선수에게 선뜻 ‘클럽 내 최고 골잡이’를 상징하는 번호를 부여한 건 향후 팀 분위기와 전술 적응을 위해 충분한 기회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같은 맥락에서 함께 뛸 선수들 중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이 모자란다는 점 또한 호재다. 히카르두 감독 부임 이후 모나코는 꾸준히 유망주 위주의 영입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공격진의 면면 또한 상당부분 바뀌었는데 프레디 아두, 프레데릭 니마니, 자멜 바카르 등 전방 지역 동료 선수들 중 다수가 경험이 다소 부족한 20대 초반의 젊은 피일뿐만 아니라 윙 포워드, 섀도 스트라이커 등 측면과 후방에서 주로 활약하는 인물들이다.
박주영 또한 공격형MF나 날개공격수로 나설 수 있지만 청구고-고려대-FC서울을 거치며 최전방 골잡이로 활약한 이력이 풍부해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를 지닌다. 겨울이적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경쟁자가 추가 영입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전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다. 고교 시절 브라질에 1년 간 축구유학을 다녀온 덕분에 브라질 출신 사령캅 히카르두 감독과 간단하나마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희망을 높이는 부분이다.
한편 박주영의 ‘무한도전’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입장에서는 두 가지 불안요소를 언급한다. 하나는 프랑스 리그의 높은 수준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매해 발표하는 리그 랭킹에서 프랑스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소위 말하는 ‘빅3’에 이어 4위에 랭크돼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분데스리가(독일), 에레디비지(네덜란드) 등보다도 높은 순위다.
3대 리그와 견줘 선수들의 네임밸류는 다소 떨어지지만 빅 클럽 입단을 원하는 즉시전력감 유망주들이 즐비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특히나 박주영의 경우 유럽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전무한 만큼 리그 특유의 플레이스타일에 녹아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적응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자신감 저하로 이어져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박주영의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 있다는 점 또한 주의를 요하는 부분으로 손꼽힌다. 데뷔 시즌이던 2005년 30경기에 출장해 18골4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신인왕에 선정된 바 있는 박주영은, 그러나 이후 3시즌 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6시즌 30경기에 나서 8골1도움을 성공시켰고, 지난 시즌에는 잇단 부상과 그에 따른 슬럼프로 인해 14경기 출장에 그치며 5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올 시즌 또한 17경기서 2골4도움을 기록, 성적 면에서 지난 시즌과 대동소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이은 부상과 잦은 대표팀 차출에 따른 컨디션 저하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조속히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치열한 주전 다툼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수 있다.
각각 스트라스부르와 로리앙 소속으로 프랑스 무대를 경험한 바 있는 서정원 이상윤 등 국가대표 선배들이 “빠른 시일 내에 골을 성공시켜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