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딘 허든 “내가 바람 잘못 읽어도…진영이는 괜찮대요”
by조희찬 기자
2017.10.18 11:58:23
| 고진영(오른쪽)이 15일 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퍼트를 넣고 기뻐하자 캐디 딘이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사진=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 |
|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지금 차 팔러 가는 길이에요.”
고진영(22)과 함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합작한 캐디 딘 허든(53·호주)의 목소리 톤이 높아져 있었다. 17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10만km를 넘게 탄 오래된 SUV를 팔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고)진영이가 우승 기념으로 자신이 타던 차를 선물해줬어요. 정말 좋은 차에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뻔했다니까요.”
지난해부터 고진영과 호흡을 맞춰온 허든은 ‘우승 청부사’ 또는 ‘퀸 메이커’로 통한다. 한국 선수들을 데리고 30승을 넘게 이뤘다. 신지애·유소연·서희경·장하나·전인지·김효주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그를 거쳤다. 신지애와는 2008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전인지와는 2015년 US여자오픈을 합작했다.
선수들이 허든을 찾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는 필드 위 바람을 잘 읽는다. 그리고 꽤 뛰어난 심리학자다.
“타이거 우즈 캐디로 유명한 스티브 윌리엄스가 일본프로골프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냈는데, 스티브가 딱 한마디 하더라고요. ‘캐디는 바람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그러면 클럽 선택이 쉬워질 거라고 했고 그때부터 미친듯이 바람만 팠죠.”
그도 실수를 한다. 하필 그 실수가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한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나왔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실수인 것을 인정했다.
“(고진영이 보기를 범한) 2, 3번홀의 바람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3번홀은 바람이 약할 줄 알았는데 그린 위에선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진영이가 미소와 함께 나를 한 번 쳐다봤는데 얼마나 미안하던지….”
다행히 허든이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고진영은 5번홀과 7번홀에서 버디 2개로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지만 극도로 떨고 있었다. 딘에게 ‘너무 떨린다’고 할 정도였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을 발휘할 순간이었다.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데 진영이가 떨린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성공한 선수들도 너와 같은 상황에선 다 떤다고 이야기해줬죠. 그리고 화제를 바꿨어요. 음식 이야기, 또 진영이가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 등등. 그러더니 3연속 버디를 잡더라고요.”
고진영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 올 시즌 잔여 대회와 2018시즌 시드권을 확보했다. 고진영은 물론 허든이 함께 LPGA 투어로 향할지 여부에 골프 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허든은 한국이 정말 좋아 현재 인천 영종도에 집도 사놓은 상태다.
“진영이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대한 애착이 정말 강한 것 같아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네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하라고 했어요. 저요? 전 괜찮아요. 한국에 집이 있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 하와이도 가깝고 또 워낙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해서요. 진영이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저는 그 뜻을 따를 준비가 돼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