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논란 없었지만…MBC 연기대상 시청자 투표 '우려'

by김은구 기자
2015.12.31 11:13:33

2015 MBC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 지성(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드라마 ‘킬미힐미’에서 남자 주인공 차도현 역을 연기한 배우 지성이 대상을 수상하며 2015 MBC 연기대상이 막을 내렸다.

지성은 30일 열린 2015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5명의 다른 대상 후보들과 경합을 벌여 시청자 전화투표로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킬미힐미’와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내 딸 금사월’과 ‘전설의 마녀’의 전인화, ‘화정’ 차승원, ‘여자를 울려’ 김정은, ‘앵그리 맘’ 김희선이 후보로 올랐다.

지성은 이번 시상식에 앞서 황정음, 전인화와 함께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지성의 대상 수상에 대해서는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시청자 전화투표가 옳은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상 수상자를 MBC에서 직접 선정했다면 황정음과 전인화 중 한명이 대상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정음은 수목 미니시리즈 ‘킬미힐미’에서 지성과 호흡을 맞춘 여자 주인공이었고 연말에는 역시 수목 미니시리즈 ‘그녀는 예뻤다’의 여자 주인공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전인화는 특별기획 ‘전설의 마녀’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드라마에 일조했고 현재 방송 중인 특별기획 ‘내 딸 금사월’에서 주연을 맡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일구고 있다. ‘전설의 마녀’는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방송됐고 ‘내 딸 금사월’ 역시 내년까지 방송된다. 두 사람 모두 연기력이라는 질적인 면에서 나무랄데가 없고 MBC에 대한 양적인 기여도는 오히려 지성을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지성의 대상 수상에 논란이 없는 이유는 ‘킬미힐미’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에 대해 시청자들이 높은 평가를 했다는 증거다. 지성이 연기한 차도현은 7명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자다. 수시로 다른 캐릭터가 튀어나오는 변화무쌍한 인물로 지성이 맡기 전 몇몇 배우들이 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고사했다는 소식이 먼저 전해졌을 정도다. 지성은 이 캐릭터를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하며 ‘킬미힐미’를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로 이끌었다. 3월12일 종방, 연말까지 9개월이 지났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전화투표로 지성에게 표를 던졌고 마침내 대상을 안겼다. 시청자 전화투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수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청자 전화투표는 결과가 팬덤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한 심사의 잣대는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고연령대 시청자들보다는 저연령대 시청자들의 참여도가 높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투표 참여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청자 전화투표는 100원의 사용료가 드는 유료다. 고연령대 시청자들은 참여가 꺼려질 가능성이 높다.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 등 연속극류, 주말특별기획 등 시청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드라마들의 주인공들은 대상 후보가 돼도 수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팬덤이 두터운 젊은 남자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후보로 오른다면 연기력에 관계없이 대상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 관계자는 “연기대상 수상자를 시청자 투표로 결정하면 수상자의 인기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인기상과 차이가 없어진다”며 “MBC 연기대상이 올해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내년 이후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언제든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