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잘 못하면 몇 년간 쉴 거란 불안감도"(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13.10.22 11:18:42

드라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준기(사진=권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이준기는 데뷔 이래 처음 부성애 연기에 도전했다. 이제 30대 초반으로 아이는커녕 미혼에 조카들에게조차 살갑지 못한 삼촌, 아빠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였다. 그럼에도 이준기가 ‘투윅스’를 선택한 건 소현경 작가에 대한 믿음이 컸었기 때문이다. ‘투윅스’의 시청률은 기대보다 낮았지만 이준기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던 나약한 한 남자가 백혈병에 걸린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서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한 가장으로, 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찡하게 했다. ‘투윅스’가 끝났을 때 이준기는 완벽한 장태산의 얼굴이었다.

-‘투윅스’는 액션 스릴러 장르로 인물 간 관계나 사건 등 풀어가야 할 내용이 많았다. 매 촬영 작업이 상당히 고됐을 터인데 부상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부상은 다행히 없었다. 다만 연기에 욕심이 많아서 대역을 안 쓰려고 하다 보니 위험했던 순간은 있었다. 장태산(배역)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신이었다. 그냥 볼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물도 많이 먹게 되고 비 때문에 유속이 빨라져 위험했다. 내 괜한 욕심이 자칫 작품에 화를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처음 배우는 욕심보다 작품을 위해서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져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체보다는 감정적으로 더 힘들었다. 부성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서 처음에 많이 헤맸다. 작가님도 리딩연습 때부터 ‘부족하다’고 냉정하게 말하셨다. 작가님은 ‘장태산이 처음에 감정을 제대로 잡고 가지 않으면 작품 전체가 흔들린다’며 어설픈 연기를 봐주지 않았다. 혼이 나니까 위축되고 겁도 먹게 되더라. 그런 경험은 데뷔 이래 처음이었다.

배우 이준기(사진=권욱기자)
-소현경 작가와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해보니 어땠나.

▲작가님은 정말 프로페셔널 했고 카리스마도 보통이 넘었다. 처음에는 ‘투윅스’를 안 하려고 했다. 솔직히 못 할 것 같았다. 제가 장태산을 연기하면 ‘추적자 더 체이서’의 손현주 선배님과 비교될 게 뻔했다. 잘못하면 이 작품 하고 몇 년 간 쉬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작가님이 ‘이준기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주겠다’며 ‘믿고 따라오라’고 하더라. 그 확신에 찬 말씀에 말렸다. 막상 작품을 시작했을 때에는 대본이 너무나 디테일하니까 엄청난 숙제를 떠안은 것 같았다. 초반에는 많이 헤맸지만 부담감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해답을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작가님은 배우에게 정확한 지도를 주는 분이다. 배우가 길을 찾아가는 여행자라면 소현경 작가님은 여행자에게 목적지를 안내하는 정확한 지도다. 언젠가 또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



-본인이 말했듯이 부성애 연기는 처음이다. 부성애 연기는 어땠나.

▲모르는 감정이니까 어려웠다. 주변에서도 ‘이준기는 믿고 봐야지’가 아니라 ‘이준기가 부성애 연기를 할 수 있겠어?’라고 의심하는 시선들이 많았다. 다행히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던 건 현장에서 감독님이 잘 이끌어준 덕분이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호흡이 짧아서 감정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은데 감독님은 감정을 잡을 수 있게 충분히 시간을 주셨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신감이 붙었다. 장태산은 특히 주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잘해내지 못했다.

-이채미(아역배우)와 호흡도 무척 좋았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채미 때문에 결혼하고 싶다는 언급도 했었는데.

▲(이)채미와 연기를 하면서 아이가 생기고 가정을 갖게 되면 어떤 마음일까라는 걸 상상해봤다. 채미 같은 딸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을 하려면 일단은 연애부터 해야 한다. 주변에서도 빨리 연애를 하라고 하는데 다시 일을 시작하면 여자친구를 못 챙겨줄 것 같고,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받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서 연애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앞으로 계획은.

▲‘앞으로 배우 생활 몇 년 더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붙었다. 제대 후에도 20대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어 연기하는데 부담감이 있었는데 ‘투윅스’를 통해서 많이 떨쳐냈다. 요즘에 기분이 좋은 것이 주변에서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배우 이준기(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