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미리보는 결승전' 네덜란드-브라질
by송지훈 기자
2010.07.02 14:40:32
| ▲ 브라질대표팀(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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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각각 유럽(네덜란드)과 남미(브라질)를 대표하는 공격축구의 두 명가가 맞대결을 벌인다. 그것도 월드컵 본선 4강 티켓을 놓고 벌이는, 물러설 수 없는 혈투다.
'카나리아 군단' 브라질(FIFA랭킹 1위)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FIFA랭킹 4위가 남아공월드컵 8강에서 만났다. 2일 오후11시(이하 한국시각)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소재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벌인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와 16강전을 거치는 동안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으며 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터라 맞대결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 두 팀 중 하나는 8강 무대에서 사라져야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역대 전적은 3승4무2패를 기록 중인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살짝 앞서 있다. 월드컵 무대에서의 맞대결 결과는 1승1무1패로 동률이다. 지난 1999년 9월에 A매치 평가전을 치러 2-2로 비긴 것이 최근의 대결 흔적으로, 11년 전의 기록인 만큼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본선 참가국 중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공격과 수비 모두 또렷한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이번 대회 들어 '남미 돌풍'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는 까닭에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을 앞둔 현재, 이렇다 할 전력의 공백이 눈에 띄지 않는다. 뛰어난 공격 옵션 엘라누(갈라타사라이)가 발목 부상을 당해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다니엘 알베스(바르셀로나)라는 대체재가 있어 걱정을 덜었다.
호빙요(산토스),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카카(레알마드리드) 등 정상급 공격 옵션이 즐비할 뿐만 아니라 미셀 바스토스(올림피크 리옹), 마이콘(인터밀란) 등 양 측면 풀백 자원들의 활기찬 오버래핑 또한 돋보인다. 개인 기량 면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선수들이 모여 있다보니 조직력에 문제점을 드러내지만, 선수들의 개인 전술 완성도는 어지간한 나라의 팀 전술 역량 못지 않다.
공격력은 극강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창만을 휘두르진 않는다. 이번 대회서 브라질은 압박 전술에 바탕을 둔 실리적인 축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공간을 내주지 않는 플레이로 상대를 옥죈 후 날카로운 공세를 통해 골 찬스를 노린다. 북한, 코트디부아르(이상 조별리그), 칠레(16강전) 등이 이 방법에 당해 승리를 헌납했다. 네덜란드전 또한 같은 방법으로 승리에 도전한다.
| ▲ 네덜란드(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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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상승세 또한 브라질 못지 않다. 일본, 덴마크, 카메룬 등과 치른 조별리그서 3전 전승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도 2-1로 승리해 4연승 행진을 지속 중이다.
브라질과의 만남이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1998프랑스월드컵 당시 4강에서 브라질과 만나 명승부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서 분패했다. 역대 월드컵 도전사를 통틀어 단 한 차례도 우승한 적이 없는 네덜란드가 가장 아쉽게 여기는 순간 중 하나다. 이번 맞대결은 12년만에 잡은 복수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팀 내부에 일고 있는 균열의 그림자다. 오렌지군단의 공격 전술을 주도하는 '2개의 모터'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가 공격 구심점 자리를 놓고 팀 내에서 경쟁 중인데, 자존심 싸움이 과열되면서 내부 분열 우려마저 나올 정도로 균열이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 포르투갈 등 내부적인 단합에 실패한 나라들이 예외 없이 고배를 마신 점은 네덜란드의 4강 진출 가능성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선례가 아닐 수 없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서둘러 팀 분위기 수습에 나선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