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 하차의 계절? 이유도 가지가지
by김영환 기자
2010.04.26 17:03:42
| ▲ 김기덕(위)과 태연 |
|
[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개편의 계절이 돌아왔다. 라디오 DJ도 이 변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2010년 봄 개편을 맞아 열 명이 넘는 DJ들이 마이크를 내려놨다. 최근에는 37년 DJ 생활에 또 하나의 쉼표를 찍은 김기덕부터 눈물의 마지막 방송을 마친 태연까지 저마다 사연으로 라디오를 떠났다.
이들이 아쉬움 속에서도 라디오를 저버린 이유를 모아봤다.
라디오 DJ는 청취자와 교감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매일 2시간 청취자와 만남을 통해서 DJ와 청취자 상호 간에 애착이 생긴다. `달콤가족`, `별밤가족`, `친친식구` 등 청취자에 대한 호칭에서부터 친밀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와 같은 유대를 위해서는 매일 같이 꼬박꼬박 방송에 나서야 하는 성실성이 요구된다. 최근 DJ 20주년을 맞은 배철수가 "20년 동안 한 번도 저녁 약속을 잡지 못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많은 DJ들이 이 같은 고난(?)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DJ에서 하차했다. DJ가 본업이 아닌 이상 다른 일과 병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태연은 뮤지컬 `태양의 노래`에 캐스팅된 데다 소속 그룹 소녀시대가 해외활동을 준비하면서 스케줄이 맞지 않아 MBC FM4U `친한친구`에서 하차했다. MBC 표준FM `심심타파` 김신영과 KBS 2FM `뮤직쇼` 서경석, KBS 2FM `볼륨을 높여요` 메이비도 비슷한 경우다. 이들도 4~5개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거나 본업에 좀 더 충실을 기하고자 정든 라디오를 떠났다.
37년 간 한우물을 판 김기덕은 재충전의 시기를 갖기 위해 MBC FM4U `골든디스크`의 마이크를 놓았다. 김기덕은 1975년부터 1996년까지 만 22년 간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를 진행해오는 등 장수 DJ로서 기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김기덕은 "오랜 시간 라디오를 했다"며 "재충전을 하려 한다. 스스로 변화가 필요했다고 느꼈다"고 하차 이유를 전했다.
SBS 러브FM `와와쇼`의 배칠수와 전영미는 다소 다른 측면의 `변화`로 DJ를 떠났다.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전반의 변화를 모색하키로 함에 따라 타의로 떠나게 됐다. SBS 라디오 관계자는 "배칠수·전영미의 `와와쇼`가 8년을 맞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전반에 변화를 주기 위해 종영을 결정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근 10여 년간 진행해오던 SBS 파워FM `스위트 뮤직박스`에서 하차한 정지영은 밤 12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밤 12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대에 이 프로그램을 맡았던 정지영은 10년의 세월과 함께 30대 후반의 나이로 접어들었고 밤에 방송하는 것을 힘들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라디오PD들이 1~2년을 주기로 프로그램 순환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오랜 시일 애착을 갖고 DJ 생활을 이어온 셈이다.
방송 외적인 문제로 자의가 아닌 타의로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음주 측정 거부로 물의를 일으켰던 조원석이 OBS `달려~라디오`에서 하차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뉘우치고 당분간 자숙하겠다며 DJ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올해 초 술집에서 폭행 시비가 붙었던 이혁재가 KBS 2FM `화려한 인생` DJ 자리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