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해피 밸런타인③]'부러우면 지는 거다'...싱글족 위한 안티러브 무비

by김용운 기자
2009.02.10 13:12:33

▲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는 커플들에게 축복의 날이지만 솔로들에게는 저주와 외로움의 날이다. 거리 도처에는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가 넘쳐나고 극장에는 데이트로 설레는 커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이럴 때일수록 솔로들은 ‘영원한 사랑은 없다’ 내지 '사랑은 부질 없는 것'임을 설파한 영화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하루, 마냥 신세한탄만 한 채 허비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밸런타인데이에 파트너 없는 싱글들이 가슴에 새겨야할 한마디,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자막이 올라갈 무렵 '솔로여서 행복하다' 식의 마음의 안식을 안길만한, 싱글들을 위한 안티밸런타인데이 무비를 꼽아봤다.
 
사실 연인 간의 진실된 사랑은 문학이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판타지일 수 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2004년 작 ‘클로저’는 남녀 간 사랑이 얼마나 위선으로 가득 찰 수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밸런타인데이에 싱글들이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다. 
 
동명의 연극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클로저’는 남녀 관계에 나올 수 있는 배신과 거짓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첫 눈에 반한 사랑도 조건을 갖춘 또 다른 사랑 앞에서 균열이 생기고, 순수하게 시작한 사랑도 알고보면 결국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욕망에 불과하다.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해 사랑의 비정함과 남녀관계의 비루함을 서정적인 영상 속에 역설적으로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세상에 믿을만한 남녀 관계는 하나도 없다는 확신마저 갖게 할 것이다. 

‘클로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작가주의 영화라는 선입견에 갇혀 그의 영화를 배척했던 솔로들이라면 밸런타인데이를 기점 삼아 홍 감독의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길 권한다.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오!수정',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해변의 연인’ 등등 그의 작품들에는 한결같이 포장되지 않은 남녀관계들이 주를 이룬다.
 
여성 솔로들이라면 어차피 남자들이란 술 먹고 여자와 하룻밤을 자보려 덤비는 속물에 불과하다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안도(?)할 것이며 남성 솔로들 또한 믿을 여자 하나도 없다는 자각에 혼자가 편하다고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 '미세스&미스터 스미스'의 한 장면





서로 죽을 것 같이 사랑해 결혼한 커플들이 막상 결혼 후 원수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담은 영화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미세스&미스터 스미스’다.
 
이 영화에는 서로 사소한 오해로 감정이 쌓여 결국 총과 로켓포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커플이 나온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가장 스케일 큰 부부싸움 영화다.
 
이보다 고전으로는 1989년작 ‘장미의 전쟁’도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 캐서린 터너가 주연으로 출연한 ‘장미의 전쟁’ 또한 부부싸움의 파국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밖에 '사랑은 변해도 우정은 변치 않는다'고 자기 주문을 외우기에 적합한 영화도 있다. ‘델마와 루이스’와 ‘바운스’ 등이 그렇다. 두 작품 모두 여성 버디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홍콩 느와르 액션영화 또한 남자들의 죽고못사는 우정을 그린 고전들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개봉작이 아니기 때문에 찾아봐야 한다는 수고스러움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인 13일 금요밤 11시 5분에 KBS 2TV에서 방영되는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이 안성맞춤이다. ‘갈림길에 선 부부를 보며 나를 생각한다’는 프로그램 제작의도는 비단 기혼자들에게만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