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 '열애 사과문'으로 드러난 K팝 팬 문화 현 주소[스타in 포커스]

by김현식 기자
2024.03.07 15:50:28

카리나 열애 인정 후 후폭풍
'탈덕' 인증에 트럭 시위까지
SNS에 자필 편지 올려 사과
외신 "악명 높은 산업" 지적

카리나(사진=이데일리DB)
카리나 자필 편지(사진=SNS)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많이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걸그룹 에스파(aespa) 멤버 카리나가 ‘열애 사과문’을 썼다.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 사실을 인정한 뒤 팬덤이 사분오열되기 시작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카리나는 지난달 27일 소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통해 ‘이재욱과 이제 알아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당일 나온 열애설 보도에 대한 입장이었다.

카리나가 열애 사실을 밝힌 이후 후폭풍이 거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는 ‘카리나의 유료 소통 플랫폼 구독을 탈퇴했다’는 인증 게시물이 잇따랐다. “카리나가 열애를 시작한 이후 팬들과의 소통이 소홀해졌다”는 게 게시물을 올린 이들이 밝힌 ‘탈덕’의 이유다.

이 가운데 SM 사옥 앞에서 카리나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문구를 담은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이들도 속속 등장해 에스파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이재욱(사진=이데일리DB)
결국 카리나가 직접 팬심 달래기에 나섰다. 카리나는 SNS 계정에 올린 자필 사과문에 “그동안 저를 응원해준 ‘마이’(팬덤명)가 얼마나 실망했을지,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을지 잘 안다”며 “그 마음을 너무 알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라고 썼다.

아울러 카리나는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면서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고 더 성숙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공개 열애가 아이돌 활동에 치명타 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유사연애 마케팅’이 여전히 아이돌 시장에서 팬덤을 쌓아올리는 주요 전략이기 때문에 열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팬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에스파 팬들의 ‘탈덕’과 거센 반발 움직임이 유사연애 감정의 손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상당수의 팬들이 공개 열애 여파로 인한 에스파의 성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에스파는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과 함께 차세대 톱 걸그룹군에 묶여 있다. 이 가운데 에스파의 음반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여 팬들의 근심을 표하는 팬들이 많았다.



앞서 에스파가 지난해 11월 발매한 최신작인 4번째 미니앨범 ‘드라마’(Drama)의 음반 초동 판매량은 한터차트 집계 기준으로 약 113만장이었다. 전작인 3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MY WORLD)의 초동 판매량 169만장 보다 56만장이나 감소한 수치다.

트럭 시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상황 속 팀의 주력 멤버로 통하는 카리나가 공개 열애를 시작하면 성적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팬들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팬들은 프로듀서와 같은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며 “데뷔 때부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렇기에 팀의 성적이나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에스파의 일부 팬은 이번 트럭 시위에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를 담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이돌 팬 문화가 여전히 성숙해지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영국 매체 BBC는 카리나가 자필 사과문을 올린 소식을 보도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팝스타들은 압력이 가해지는 것으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K팝 기획사에서는 신인 스타의 연애나 개인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 관례였고, 지금도 연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팬들에게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도 전했다.

에스파(사진=이데일리DB)
전문가들은 유사연애 마케팅이나 이미지가 아닌 본질인 음악과 퍼포먼스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방향으로 아티스트를 길러내야 열애 이슈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비주얼을 앞세우면서 사생활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아이돌이 열애 이슈에 더 취약한 편”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김 평론가는 “아이돌과의 대화를 유료 서비스화하는 비지니스 모델은 이번 사례와 같은 역효과를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면서 “각 기획사가 아이돌들이 보다 자유롭게 팬들과 인간적인 소통과 교류를 하도록 하는 쪽으로 매니지먼트 방향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