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 "'박재정의 답은 박재정이었다'는 댓글에 뿌듯함 느껴"[인터뷰]②
by김현식 기자
2023.07.18 16:17:0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멜론 발라드 차트는 1위는 물론 써클차트 노래방 차트 1위 자리까지 꿰차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헤어지자 말해요’는 박재정이 지난 4월 발매한 정규 앨범 ‘얼론’(Alone) 타이틀곡이다. 데뷔 10년 만에 완성한 첫 정규앨범으로 일궈낸 성취라 박재정의 최근 활약은 더욱 드라마틱하고 값져 보인다.
박재정은 ‘얼론’에 ‘헤어지자 말해요’를 포함해 ‘얼론’, ‘B에게 쓰는 편지’, ‘집’, ‘나의 겨울’,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 ‘망가진 내 자신을 보면서’, ‘일상’, ‘끝인사’, ‘슬픔이 나를 지배할 때’ 등 총 10곡을 앨범에 수록했다.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자작곡으로 채워 리메이크 광풍 영향 탓 신곡 고갈 현상에 시름하고 있는 발라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했다.
-‘얼론’, 어떤 앨범인가.
△20대를 보내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사람은 왜 외롭고, 왜 혼자인가에 대해 쓴 10가지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이별해서, 가족과 떨어져서, 사회 생활을 잘 못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 수록곡 중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곡은 ‘헤어지자 말해요’와 ‘B에게 쓰는 편지’뿐이다.
-어떤 곡이 앨범의 출발점이었나.
△4번 트랙 ‘집’이다. 집에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행위까지 하면서 지내지 않나. 집 밖에 나가면 타인의 비유를 맞추며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100%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은 집이라는 생각과 ‘뭐가 진짜 나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곡을 썼다.
-앨범 재킷으로 쓴 사진 속 집은 미국에서 실제로 거주했던 곳인가.
△그렇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에서 재킷으로 썼다.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 알타몬트 스프링스라는 곳으로 가서 지낼 때 친구가 없어서 늘 집에만 있었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 영어를 잘 못했기에 대화할 사람이 가족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혼잣말을 하게 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더라. 첫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그때의 우울감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로 30대를 바라보고 있구나’ ‘내 뿌리는 아직 거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주제 2곡을 빼면 딥한 분위기의 앨범이다. 7번 트랙 ‘망가진 내 자신을 보면서’ 같은 곡은 제목부터 세다.
△가사가 전반적으로 슬프다. 박재정이라는 사람이 궁금한데 굳이 앨범 전곡을 다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가사만 보셔도 어느 정도 저를 이해하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만큼 가사에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 ‘망가진 내 자신을 보면서’의 경우 성인이 되기 직전부터 가수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를 주제로 다룬 곡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쳤을 때 그 사람은 인터넷에 이름만 치면 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지 않나. 반대로, 난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하고. 지금은 그런 삶이 완벽하게 적응이 됐고, 오히려 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계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데, 한 때는 그게 힘들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타이틀곡은 언제 작업했나.
△9곡이 먼저 만든 뒤 타이틀곡을 가장 나중에 만들었다. 윤하 선배님의 ‘사건의 지평선’이 잘 되고 난 뒤 앨범에 담긴 나머지 곡들까지 전부 듣는 분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보면서 ‘나도 대중이 정말 필요로 하는 노래를 만들어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발라드 장르를 10년 했으니 그간 쌓인 이별 발라드 트랙에 대한 노하우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 왔다’ 싶은 생각이 들어 곡 길이가 짧아지는 추세에 맞춰 인트로를 없애고, 일부러 키를 2단계 올리는 등 곡을 전략적으로 쓰기로 했다.
-히트 성공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멜론에서 추천 수 1위인 댓글인 ‘박재정의 답이 박재정이었다니..’다. 데뷔 후 10년 만에 첫 히트곡을 자작곡으로 만들었다는 걸 많은 분이 축해해 주셔서 기쁘고 뿌듯했다.
-수록곡 중 깊은 사연이 녹아있는 곡이 있다면.
△6번 트랙인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다. 이 곡은 2010년, 폐암으로 순천향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할아버지의 간병을 맡았을 때의 기억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할아버지가 그해 8월에 돌아가셨는데, 하늘로 가시기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도 아버지에게 친밀한 대화를 못하셨다. 그래서 이 곡을 통해 제가 할아버지 입장이 되어 아버지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 해봤다. 개인적으로 가족분들이 이 곡을 훈훈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첫 정규앨범의 성공이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미칠 영향은.
△진실 된 마음을 전달하기엔 싱글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규앨범을 준비했다. 앞으로도 앨범 단위 위주의 결과물을 내면서 수록곡으로 하고 싶었던 음악과 이야기를 펼쳐내고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음악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보고 있다.
-어떤 가수로 성장해나가고 싶은지.
△인간은 동물 중 유일하게 언어를 쓰는 기술이 뛰어나다. 언어라는 건 내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쓰는 것인데, 음악과 함께했을 때 해상도가 더 높아지고 누군가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할 수 있게 되지 않나. 앞으로도 언어의 해상도를 높인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윤종신 선배님처럼 가사를 정말 잘 쓰는 가수가 되고 싶고, ‘박재정 발라드, 글 좋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