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vs박지성·이승우vs구자철…월드컵 '설전' 승자는?

by김가영 기자
2022.11.29 13:53:53

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김현식 김보영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접전 끝에 가나에 아쉽게 패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한골을 내줬지만 마지막까지 공격을 밀어붙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이를 중계하는 지상파 3사도 각기 다른 스타일로 현지의 생생한 분위기를 담아 전달하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입담’ 경쟁을 벌였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안정환과 박지성부터 국가대표 ‘캡틴’ 출신 구자철, 최연소 해설위원 이승우까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해설위원들의 입담은 경기 시청에 흥미를 더했다.

MBC는 우루과이전에 이어 가나전에서도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시청률 성적은 MBC(20%), SBS(12.8%), KBS(6.3%) 순이었다.

MBC 중계는 전문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안정환의 해설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주역에서 선수 은퇴 후 2014년 해설위원으로 도전한 안정환은 ‘테리우스’라고 불릴 정도로 조각 미모로 사랑받던 선수 시절과 달리,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형화된 기존의 축구 해설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옆집 아저씨’ 같은 입담으로 해설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해설위원 전향 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온 안정환은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력이 쌓이며 전문성까지 깊어져 팬층을 넓히고 있다.

가나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년 지도자 연수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만큼, 선수들의 경기를 전문적으로 분석해 전술에 대한 조언을 하는가 하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여기에 특유의 입담까지 더해졌다.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때마다 “대신 다쳐주고 싶다”, “대신 피 흘려주고 싶다”고 심경을 털어놓는가 하면, 헤딩으로 2골을 넣은 조규성에 대해 “머리 잘 쓴다”고 칭찬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MBC ‘아빠 어디가’(2014)부터 함께하며 ‘예능 콤비’로 활약한 캐스터 김성주와 호흡도 빛났다. 2014년부터 캐스터·해설위원으로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아빠 어디가’,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찬다’ 시리즈 등 다수 예능으로 케미를 이어왔다. 김성주는 질문으로 안정환의 해설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안정환의 말을 보완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며 중계 내조를 톡톡히 하고 있다.



배성재 캐스터에 박지성, 이승우 해설위원을 내세운 SBS 중계방송은 박지성의 차분하고 냉철한 경기 분석과 MZ세대를 대표하는 이승우의 젊은 감각과 재기발랄한 입담이 조화와 균형을 이뤘다. 여기에 배성재 캐스터의 노련하면서도 거침없는 중계가 적절히 어우러져 생동감을 형성했다.

박지성은 가나전에서 전반전부터 골을 빼앗긴 우리팀 선수들에게 ‘정신력’과 ‘차분함’, ‘냉정함’, ‘여유’를 계속 주문했다. 촌각을 다투는 골 경쟁을 지켜보며 평정심을 잃지 않고 개선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본인의 해설 스타일과 상통했다는 분석이다. 후반전에서 3-2로 우리팀 선수들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수들에게 ‘서로를 믿어줬으면 좋겠다’며 마인드 컨트롤과 팀워크를 강조했다.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는 심판이 휘슬을 불어버리자 “심판의 마지막 판정이 정말 애통하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승우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현재 함께 활약 중인 동료들인 만큼 이들의 심정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감정적 지지를 보냈다. 평소 거침없는 경기 스타일처럼 해설도 시원시원하고 막힘없다는 반응이다. 직설적이고 과감한 표현으로 어록도 많이 탄생시켰다. 배성재는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캐스터로서 경기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경기 중간 응원하는 이들의 초조한 마음을 대변하는 소신 발언과 부당한 심판의 조치에 대한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구자철, 한준희 해설위원에 이광용 캐스터가 더해진 KBS 중계방송은 몰입도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일단 KBS가 중계방송 간판으로 내세운 구자철이 마치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처럼 해설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카타르리그를 거쳐 다시 K리그에서 뛰는 현역 선수이자 월드컵 무대를 2차례 경험한 국가대표팀 ‘캡틴’ 출신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구자철은 여전히 ‘캡틴’인 것처럼 선수들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체크하며 힘을 북돋웠다. 독일 무대에서 뛸 당시 ‘작은’ 정우영에게 자신이 타던 차량을 넘긴 에피소드와 카타르 리그에서 상대의 에이스 안드레 아이유와 함께 뛰어본 소감을 전해 흥미도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차분한 경기 해설로 경기의 집중도를 높여줬다는 평이다.

한준희는 해설 경험과 입담이 부족한 구자철의 아쉬운 지점을 메워줌과 동시에 해박한 축구 지식으로 중계방송의 질을 책임졌다. 가나의 첫 골 장면 후 벌어진 VAR 상황에서 최신 규칙을 설명해주며 골이 인정되는 것이 맞다는 해설을 할 때 그의 존재가 빛났다. 결정적 기회나 위기 순간마다 터진 한준희의 ‘샤우팅’은 다소 무미건조하다는 평을 받는 KBS 중계방송의 재미를 살려준 요소이기도 했다. 한편 이광용의 경우 KBS 아나운서답게 캐스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경기 상황을 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캐스터를 맡아온 만큼 군더더기 없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