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가 점찍은 '젊은피' 김지한, 만년하위 한국전력 우승 한 풀까

by이석무 기자
2022.08.26 13:38:41

한국전력 김지한. 사진=KOVO
[순천=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전력은 과거 실업배구 시절부터 만년 하위팀 이미지가 강하다. 2005년 프로 출범후 우승은 물론 챔피언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봄배구에 진출한 적은 4번 뿐이고 가장 좋은 성적은 2011~12, 2014~15, 2021~22시즌에 거둔 3위다.

한국전력은 다가올 2022~23시즌에 거는 기대가 어느때보다 크다. 마침 전력도 나쁘지 않다. 베테랑 박철우, 신영석, 서재덕이 건재한데다 2년차 임성진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를 소화하면서 한층 성장했다. 토종 공격수 화력만 놓고 보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큰 기대를 거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올해 KOVO컵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1999년생 젊은 공격수 김지한(23)이다. 김지한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열리고 있는 KOVO컵 대회에서 주공격수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 우리카드전에서 10득점, 공격성공률 47.4%를 기록한데 이어 2차전 현대캐피탈전에선 15득점, 공격성공률 66.7%)을 기록했다. 대회 4강 진출을 확정한 KB손해보험과 3차전에선 17점에 공격성공률 56.5%로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194cm 80kg의 사이드 공격수인 김지한은 성남 송림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2017~18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까지는 프로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2019~20시즌을 마치고는 상무 배구단에 입대해 일찍 병역의무를 수행했다.

군복무 중이던 2020년 11월 신영석, 황동일 등과 함께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 된 김지한은 이번 KOVO컵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지한의 강점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와 아포짓(라이트)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다. KB손해보험전에선 서브득점을 올린 뒤 자신을 응원하는 팬을 향해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펼칠 정도로 끼도 넘친다. 군복무를 일찌감치 마쳐 병역 부담을 덜었다는 것도 향후 성장에 있어 유리한 부분이다.

팀내에선 김지한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김지한이 공격도 괜찮고 높이도 좋은데다 비시즌 연습경기를 통해 자신감도 올라갔다”면서 “이번 KOVO컵 최대 수확은 김지한이다”고 말한 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팀 대선배인 박철우가 김지한의 기를 살리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박철우는 “우리 팀에 좋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김지한이다”며 “같이 훈련하면서 재능이 많은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면 할 수록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나보다 재능이 더 놓은 것 같다”며 “진심으로 지한이가 이번 대회에서 꼭 MVP를 받아 자신감을 더 얻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온 탓에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김지한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하늘을 찌른다.

김지한은 “나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 모두 비시즌 기간 준비한 것의 50%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우승에 대한 한이 가득한 한국전력 팀만큼이나 김지한도 우승을 간절히 원한다. 김지한은 “우승을 바라보고 순천에 온 만큼 꼭 우승컵을 들고 돌아가겠다”며 “V리그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