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한소희 "여다경 같은 친구? 실제 있다면 뜯어말릴 것" [인터뷰]①

by김보영 기자
2020.05.26 14:54:02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실제 주변에 여다경 같은 상황에 처한 동생이 있다면 뜯어 말려서라도 못 만나게 할 거예요.”

배우 한소희. (사진=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본처를 위협했던 내연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인간 한소희(25)에게서는 여느 또래들과 다를 것 없이 해맑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평범하고 솔직한 20대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MBC ‘돈꽃’과 tvN ‘백일의 낭군님’, ‘어비스’ 등 여러 작품 출연을 통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배우 한소희는 최근 종영한 JTBC 인기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만난 뒤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로 등극, 짧은 시간 안에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는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부의 세계’를 마친 뒷 이야기와 소감들을 속 시원히 털어놨다.

그가 출연한 ‘부부의 세계’는 여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의 사랑이라 믿었던 부부의 연과 완벽한 일상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가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드라마다. 1회 6.3%로 시작해 비지상파 드라마 최초 2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란 역대급 시청률 기록을 남기며 종영했다. 한소희는 극 중 지역유지인 여병규(이경영 분)의 외동딸이자 필라테스 강사인 여다경으로 활약했다. 지선우의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와 외도로 가정까지 일궈내 지선우의 완벽했던 ‘부부의 세계’에 균열을 가져다주는 인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한소희는 “아직 많은 작품을 해본 적이 없어 시청률 실감을 잘 못했는데 28.4%가 굉장히 이례적인 수치라고들 하더라”며 “솔직히 촬영 중에는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촬영 끝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정말 ‘부부의 세계’를 봐주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새삼 놀라웠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가 거둔 인기만큼 여다경 역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한소희는 “시청자 여러분들 뿐 아니라 친구, 가족들에게도 욕을 많이 먹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준영이(전진서 분)가 다경의 집으로 들어와 계모 역할을 하는 시점에서부터 욕을 더 먹었다. 시청자 분들 반응 중에서는 ‘너도 똑같이 당해보라’는 댓글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여다경 역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청자들 만큼이나 본인도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소희는 “여다경이란 인물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본심을 숨겨야하는 캐릭터였어서 표현하는데 어려운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며 “감독님과 수 차례 미팅을 가지며 어떤 캐릭터로 만들어나갈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음에도 정의내리기 어려웠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첫째로는 여다경이 왜 이태오를 사랑했는지 제 나름의 답을 내려야 했다”며 “다경이는 워낙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그저 부모님의 바람에 이끌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지루한 삶을 살아온 아이다. 그런 다경에게 태오는 가진 것도 없이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인물인데 그런 순수함이 매력으로 다가와 사랑에 빠졌던 게 아닐까 제 나름의 답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 “태오와 선우의 관계에서는 태오가 선우의 보살핌을 받는 인물이었지만 태오와 다경의 관계에서는 태오가 다경이를 어르고 달래주는 위치에 있었다. 어린 다경의 입장에선 그런 모습이 성숙한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태오가 꽃중년에 잘생겼지 않았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여다경 역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패션, 헤어스타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한소희는 “지선우와 같은 취향의 슬립과 같은 향의 향수 등 소품들은 지선우를 향한 여다경의 ‘후처 콤플렉스’, 여다경이 결국은 이태오에게 ‘지선우의 대용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드러내주는 장면”이라며 “그 부분을 좀 더 극대화하고자 제 나름대로 머리 색깔에 변화를 주는 등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설프게 지선우의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모습에서 다경이의 발악과 집착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감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다경이가 처음 선우가 여다경의 불륜 사실을 여회장 부부에게 폭로했을 때 그 때 바로 태오와 헤어졌어야 했다고 생각했다”며 “태오는 다경이가 도와달라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음에도 찌질하게 이를 외면하고 피하지 않나. 실제 저였다면 너무 싫어 당장 헤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 “2년이 지난 뒤 여다경 부부가 지선우가 있는 고산에 다시 돌아오는 부분부터는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태오가 천만 영화 감독까지 돼 성공했는데 왜 굳이 돌아왔을까 의아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주변에 여다경과 같은 상황에 처한 친구나 동생이 있다면 포기하라고 충고할 것이라고 했다. 한소희는 “극 중 여다경처럼 임신을 했고 또 하필 상대가 이태오같은 남자라면 그 남자가 딴 마음을 먹지 않게 각서 등 확신있는 증거를 받아내라 충고할 것 같다”며 “사실 냉정히 평가하자면 남자에게 가정과 자식이 있으면 포기하는 게 맞다. 제 친구 살리자고 남의 가정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나, 억지로 남자를 뺏는다 해도 그 친구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오를 버리고 고산을 떠나 미술 공부로 새 삶을 시작한 여다경의 엔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소희는 “극 중 엔딩보다 더 한 사이다를 원하시는 시청자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며 “확실히 현실적으로 씁쓸한 결말인 건 맞다. 태오는 모든 걸 잃고 바닥을 쳤는데 다경이는 드디어 자기의 꿈을 찾아 한걸음 내딛는 모습을 보면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저는 오히려 그때부터 다경이의 지옥같은 일생이 시작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아빠 없이 25살이란 어린 나이에 홀로 자식을 키워야 하지 않나. 또 다경이는 이태오로 인해 사랑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완전히 깨져버렸으니 어떤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여성이 돼버렸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한 남자가 커피컵을 건네며 러브라인을 시사했을 때도 다경이가 아무런 생기 없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한 것이다. 저는 오히려 그런 다경이가 측은했다. 태오에게 벗어났지만 그때부터 지옥같은 인생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부부의 세계’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한소희는 “사실 정말 신기하다. 말 그대로 제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며 “그렇지만 이 모든 걸 제가 일궜다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공을 돌렸다.

그가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백상 예술대상 신인상 수상 기대에 대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김희애, 박해준 선배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말이 안되는 일이다. 다만 김희애 선배님은 꼭 대상 받으셨으면 좋겠다. 대상 받으시면 제가 울 거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소중한 관심과 사랑이 너무 감사하지만 그 관심과 사랑, 기대에 부응해 돌려드리는 것 역시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생각들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고도 토로했다.

사랑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고생하는 역할만 맡아왔으니 다음에는 사랑에 연연하지 않는 평범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이제는 좀 우정에 관한 것이라든가, 회사 생활 등 일로 만들어진 관계라든가 사랑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역할들도 맡아보고 싶어요. 근데 우선은 차기작 준비 이전에 제 안에 쌓인 다경이의 흔적들을 비워내려고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되돌아가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