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정재원 도움 받았던 이승훈, 이번엔 제대로 도왔다

by이석무 기자
2022.02.19 18:38:59

정재원, 이승훈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정재원(의정부시청)과 이승훈(IHQ)이 베이징에서도 함께 웃었다.

정재원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7분47초18의 기록으로 바르트 스빙스(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 스프린트 포인트 40점을 챙겼다.

4년 전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했던 이승훈 역시 7분47초20의 기록으로 스프린트 포인트 20점을 얻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바르트 스빙스(벨기에)가 7분47초18의 기록으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 스프린트 포인트 40점을 챙기면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평창 대회 이 종목 결승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은 멋진 작전으로 금메달을 합작했다. 정재원이 레이스 후반까지 앞에서 스피드를 높여 선두그룹을 견제했다. 그 덕분에 이승훈은 후미 그룹에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막판 스퍼트로 역전 금메달을 일궈낼 수 있었다.

정재원은 정작 마지막에 힘이 빠져 8위로 들어왔다. 하지만 ‘선배를 위해 희생했다’는 말에 대해 “희생이라는 단어보다는 팀플레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훈도 금메달을 딴 뒤 “같이 레이싱을 해준 재원이한테 너무 고맙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번에는 이승훈이 정재원에게 기회를 줬다. 두 선수 모두 레이스 초반 중위권에서 다른 선수들과 페이스를 맞춰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스피드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간 쪽은 이승훈이었다. 이승훈은 마지막 1바퀴를 남기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승훈이 앞으로 나가는 타이밍에 정재원도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여러 선수들이 엉켜 경쟁하는 상황에서도 이승훈은 마지막 코너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직선주로에 돌입하자 이승훈을 쫓아가던 정재원은 앞으로 치고 나왔고 결승선을 앞두고 추월에 성공했다. 이승훈도 후배 정재원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무리하게 막지 않았다. 그 결과 정재원이 은메달, 이승훈도 동메달을 획득하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두 선수가 이같은 레이스를 미리 계획하고 작전을 짰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승훈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다른 선수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 덕분에 정재원은 덜 견제를 받고 끝까지 자기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대회에선 두 선수가 나란히 메달을 획득해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두 선수는 경기를 마친 뒤 함께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면서 기뻐했다. 4년 전 평창에서 보여줬던 감동적인 장면이 베이징에서 다시 재현됐다.

총 16바퀴를 뛰는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경쟁하는 종목이다. 스프린트 포인트를 합산해 순위를 가른다. 4바퀴, 8바퀴, 12바퀴를 1∼3위로 통과하는 선수들에게 각각 스프린트 포인트 3, 2, 1점을 차례로 부여하고 결승선에서는 1위 60점, 2위 40점, 3위 20점, 4위 10점, 5위 6점, 6위 3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