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평창 올림픽 못나온다...평창에 흥행 직격탄(종합)
by이석무 기자
2017.12.06 12:56:37
| 토마스 바흐(왼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사무엘 슈미트 IOC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6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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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없는 올림픽이 열리게 된 것.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또한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 담당 부총리를 올림픽에서 영구 추방하고 알렉산드르 쥬코프 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 위원장의 IOC 위원 자격도 정지시켰다.
아울러 IOC는 ROC에 그간 도핑 조작 조사 비용과 앞으로 ITA 설립 운용 자금을 충당하라며 1500만 달러(약 163억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IOC, 선수 개인 출전은 허용...국기·국가 사용은 불허
다만 IOC는 엄격한 약물검사를 통과한 러시아 선수들의 경우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 올 수 있다고 결정했다.
개인 자격으로 온 선수들은 러시아라는 국가명과 러시아 국기가 박힌 유니폼을 쓸 수 없다. 대신 이들의 유니폼에는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라는 의미의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이라는 약자와 오륜기가 새겨진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진다.
IOC가 국가 전체에 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1964∼1988년 흑백분리정책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한 이후 처음이다.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도 종전 후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했다. 특히 도핑 문제로 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은 것은 러시아가 최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도핑 사태는 올림픽 게임과 스포츠의 진실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었다”며 “이같은 사태는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되며,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주도하는 효과적인 반 도핑 시스템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스타플레이어 불참시 평창 동계올림픽 흥행 직격탄
징계는 러시아가 받지만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쪽은 평창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올림픽에 오지 않는다면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 수익 등 흥행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와 아이스하키의 최강국이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러시아 스타들이 불참하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절대 1강’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는 이날 IOC 집행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러시아 국기 없이는 절대로 올림픽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을 결정한 가운데 러시아까지 나오지 않으면 ‘반쪽짜리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가 자국선수는 물론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소속 다른 나라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까지 막는 경우다.
당초 KHL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26일까지 리그를 중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선 KHL이 이같은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미트리 체르리셴코 KHL 회장은 지난달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KHL도 NHL을 따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 친 바 있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IOC의 결정사항을 존중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당혹감을 완전히 감추진 못하고 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기본적으로 IOC가 결정을 내린 사안인 만큼 조직위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선수라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IOC-러시아 간 이면 합의?...“폐회식때 러시아 국기 등장 가능성”
일부에선 징계 발표에 앞서 IOC와 러시아 간의 보이지 않는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IOC는 징계안 마지막 부분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러시아 선수들이 IOC의 징계 요구안을 완벽하게 존중하고 충실히 시행한다면 IOC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때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러시아 징계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IOC가 러시아와 화해를 할 수 있다는 ‘마지막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러시아 국기가 상징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도 극도의 반발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IOC의 발표 직후 “선수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 길을 터준 것을 긍정적”이라며 “오는 12일 올림픽 회의에서 자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캐나다 법학자인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WADA 위원회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대규모 도핑 조작을 폭로한 바 있다.
보도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가기관이 앞장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0개 종목에서 소변 및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자국 선수 1000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28명의 선수가 이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IOC는 본격 진상 조사에 나섰고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가운데 25명의 성적을 삭제하고 메달 11개를 박탈했다. 해당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영구 추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