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이종욱 어디로?...혼돈의 FA 시장, 원인과 관전 포인트

by정철우 기자
2013.11.15 14:56:44

이용규(왼쪽)와 최준석(오른쪽).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올 FA 시장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FA와 원소속구단 협상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심을 끌고 있는 대어급 선수들의 진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용규(KIA)를 비롯, 정근우(SK), 이종욱(두산), 장원삼(삼성) 등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거취가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들 외에도 쏠쏠한 전력 보강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준석(두산) 손시헌(두산) 박정진(한화) 등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소속팀과 의견 차이가 큰 탓에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일(16일)까지 계약하지 못할 경우 FA 시장은 사상 최대의 이적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연 이번 FA 판도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소속팀과 가장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선수들, 그리고 시장에 나오면 어디든 새 둥지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대부분 테이블 세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용규과 정근우가 모두 소속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새 둥지를 튼다면 연쇄적으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욱 역시 매력을 느끼는 팀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올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LG의 이대형도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두 선수를 뺏기게 되는 팀이나 이들을 노렸으나 잡지 못한 팀의 경우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어급 계약은 원소속 구단 협상 시한이 끝나자 마자 결정되지만 올 FA 시장에선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사실상 모든 팀들이 빠른 야구를 선호하며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선 테이블 세터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뛰는 야구가 단순히 한 베이스 이상의 위압감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것이 한국 야구의 특성인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테이블 세터들의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숫자만으로는 존재감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모든 구단들의 일치된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선발 투수와 거포의 입지는 테이블 세터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 선수를 세 명까지 쓸 수 있게 되면서 대부분 팀은 투수 두 명과 타자 한 명을 구상하고 있다.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있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선발 두 자리와 거포 한 자리를 구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FA 몸값이 너무 오르고 있다.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이면 외국인 선수와 유망주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검증 안된 외국인 선수만 믿고 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포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최소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하고들 있지만 실제로 그런 타자를 구한다는 건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메이저리그서 130경기를 뛰며 16개의 홈런을 친 라헤어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최고 수준인 3억7500만엔을 연봉으로 안겨줬다. 그러나 라헤어는 일본서도 16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또한 타율 2할3푼, 출루율 3할6리 등의 수치도 실망 그 자체였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뛴 거포, 그것도 만 31세의 선수를 비싼 몸값에 영입하고도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결국 라헤어는 1년만에 퇴출됐다.

선발 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도 10승을 안정적으로 책임져줄 수 있는 토종 선발 투수는 외국인 투수의 시대에서도 오히려 값어치가 높아진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엇비슷하게 나타날 경우 결국 승부는 그 이후 선발 싸움이나 불펜 대결에서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한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생각은 오산일 수 있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한국 타자라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투수는 많으면 많을 수록 힘이 되는 포지션”이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