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최경주① "타이거 우즈도 인정한 명품 눈매"

by이의철 기자
2008.11.25 13:56:38


[이데일리 이의철 논설위원] 최경주(39, 나이키)선수가 한국에 왔다. 최경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PGA투어 자격을 얻은 골프선수다. PGA투어에서 지금까지 7승을 올렸고, 통산 상금만 1600만달러를 벌었다. 수천명의 일본 남자 프로골퍼들이 도전했지만 이루지 못한 성과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한국서 열리는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게 아니다. ‘최경주 재단’ 일 때문이다. 최경주 재단은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최경주의 표현에 따르면 ‘기부와 나눔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다. 최 선수는 알려진 대로 골프계의 기부천사다. 이번 한국 방문길에는 최경주 선수가 기부한 1억원을 100만원씩 100명에게 나눠주고, 그 돈을 각자 기부하도록 기획한 ‘최경주와 100인의 천사’ 프로그램도 한 방송사(KBS)에서 제작됐다.

최경주의 별명은 ‘탱크’다. 그도 좋아하는 별명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이미지, 가볍지 않고 묵직한 이미지가 저와도 맞아요”. 최경주는 날카로운 눈매가 일품이다. 이런 눈매와 인상 때문에 ‘조폭’이라는 악플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런 눈매가 험한 PGA 무대에서 살아남은 힘이 된 것도 사실이다. “동반자들과 기싸움에서 밀리면 점수가 잘 나올 수 없거든요. 타이거 우즈와의 눈싸움에서도 지지 않습니다”

최경주는 전남 완도 출신이다. 원래는 역도선수였다. 고등학교 때 고향에 생긴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그때는 골프를 아르바이트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96년 코리아 오픈에서 첫승을 올렸고, 99년 일본 골프투어에서 두차례 우승했다. 99년 미국 PGA투어 자격심사에서 35위에 올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자격을 얻었다. 2002년 뉴올리언스 콤팩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경주는 PGA에선 ‘K.J. Choi'로 불리는 스타다. 실력 없으면 절대 인정 않는 미국 PGA 판에서 실력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무척 겸손하다. 팬에게나, 스폰서에게나, 기자에게나 한결같다. 기부와 나눔에도 열심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부인 김현정씨와 2남1녀의 자녀를 둔 모범적인 가장이기도 하다.

최경주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하나 소개해야겠다. 2004년 미국 뉴욕주 시네콕 힐스라는 골프장에서 US오픈이 열렸다. 시네콕 힐즈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골프장 순위 탑 10에 드는 유명 골프장이다. 사람 키 높이 갈대가 무성한 러프, 강한 바람 등으로 악명 높다. 기자는 당시 갤러리로 시네콕 힐스와 US오픈에 참가한 골퍼들을 구경한 일이 있다. 처음엔 주로 타이거 우즈를 따라 다녔는데, 이후 최경주로 바꿔 줄곧 그의 샷을 지켜봤다. 그 대회에서 최경주는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하지만 경기 끝나고 나오면서 그를 둘러싼 미국 팬들의 사인 요청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기자는 혹시나 해서 당시에 최경주 선수와 악수를 나눈 인연을 꺼내봤지만, 최 선수는 기억하지 못했다.

골프채 하나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최경주. 그 꿈을 기부와 나눔으로 되돌려주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최경주. 그를 만나봤다.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는.
“최경주 재단 일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최경주 재단이 만 1년을 맞았다. 마침 방송사에서 기획한 기부 행사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여러 행사에 참여했다”(최경주 선수는 이번에 한국에 일주일간 머물렀다. 인터뷰를 위해 최선수측과 접촉하다 보니 스케쥴이 분 단위로 조정되고 있었다. 최경주는 이번 한국방문 기간중에 육군 홍보대사 위촉을 비롯해, KBS 나눔의 기적-최경주와 100인의 천사, 체어맨 고객 골프 클리닉, 아시아나 항공 고객 초청 강연회 등 10여가지 일정을 소화했다, 편집자주)



-재단은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기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다 잘 하기위해 만들었다. 재단이 앞으로 할 일은 많은데, 큰 줄기를 잡자면 아이들, 골프, 복지 등 세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꿈이다. 공부방이라든지, 복지관이라든지, 청소년들한테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시설이 있다. 또 골프교실을 통해서 나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말로만 하는 나눔보다 실제로 조금이라도 베푸는 나눔이 더 중요하다"

-좋은 일 많이 한다. 최선수에게 기부란 어떤 의미인가.
“기부는 내게 또 다른 충전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 더 도전적이 되고, 더 강해진다. 목표도 더 커진다. 지금껏 골프를 하면서 결코 나 혼자서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내 주위엔 팬들의 성원이 있었고,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고, 지인들의 믿음이 있었다. 기부는 내가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행위다. 국민들한테 지인들한테 교포들한테 분에 넘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좋은 일도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 많다. 최근 배우 문근영씨 악플 사건 아는가. 최선수도 악플 경험이 있나.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악플에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는다. 일단 컴퓨터를 볼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나도 악플의 경험은 있다. 언젠가 이런 글이 올라왔다 '네가 골프 선수냐? 조폭이지'.(웃음) 그런데 그 악플에 금방 ‘너나 잘해’라는 반박글도 올라오더라. 말하자면 나를 좋게 봐주는 우리편(?)이 올린 거다”

-최선수 인상이 정말 매섭게 생긴 것은 사실이다.
“간단치 않지.(웃음) PGA투어 같이 다니는 미국 선수들도 내 눈보고 무섭다고 할 정도니까. 그러나 사실은 부드러운 남자다”


-이제 골프 얘기 좀 해보자. 올 시즌 초반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좀 부진했다.
“초반에 1승을 올려 기분 좋았는데, 중간에 체중을 줄이면서 부상을 당했다. 엉덩이 부근 인대가 손상됐다. 이제는 거의 회복 단계다. 내년엔 다시 세계 랭킹 탑 10으로 올라가는 게 목표다”

-시즌 중간에 체중을 줄이거나 스윙을 교정하는 일은 위험한 것 아닌가.
“어차피 PGA 투어에서 4-5년 더 활동할 계획이고 그럴 바에야 빨리 하는 게 좋다. 체중을 줄인 것은 3-4년 앞을 내다 보고 한 일이다. 지금은 몸 상태가 아주 만족스럽다” (몸무게가 95kg이던 최경주는 10kg쯤 살을 빼 지금은 86kg이다, 편집자주)

-올해 좀 아쉬웠던 부분은.
“항상 그렇지만 숏게임이다. 9년을 PGA투어를 뛰면서 숏게임에 집중해 본 적이 없다. 그동안 드라이버와 아이언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숏 게임의 귀재가 되지 않으면 메이저대회 우승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