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엔 끝이 없다" 한국축구 통해 더 강해진 日가시마 U18
by이석무 기자
2016.12.29 11:45:5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난 7월 포항에서 열린 ‘2016 K리그 U17 챔피언십’에 참가한 가시마 앤틀러스 U17은 8강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가시마는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거두고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수원 삼성 블루윙즈 U17(매탄고)과의 8강전에서 0-4로 대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가시마는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축구를 선보였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패스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조직력과 정교함에서 K리그 유스 팀들보다 뛰어났지만 체력과 스피드에서는 열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고전하며 쉽게 볼을 빼앗기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다. 가시마가 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경북 포항에서 열리는 ‘2016 제4회 포항 한·일·중 U18 최강 교류전’ 참가를 위해서였다.
가시마의 첫 번째 상대는 ‘2016 아디다스 K리그 주니어’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모두 B조 2위를 차지한 ‘전통의 강호’ 포항 스틸러스 U18(포항제철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포항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기량 면에서는 포항이 우위였지만 가시마 선수들의 투지가 실력 차를 좁혔다. 가시마 선수들은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포항 역시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경기 내내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친선 경기에서는 보기 드문 경고 카드와 레드 카드가 한 장씩 나왔다.
경기 결과는 2-0 포항의 승리로 끝났다. 비록 패했지만 가시마에게도 성과는 있었다. 챔피언십 이후 단련해 온 피지컬을 국제 대회를 통해 시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8일 열린 부천과의 경기에서는 가시마 선수들의 공격 스타일이 돋보였다. 점유율 위주의 짧은 패스가 아닌 상대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롱패스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또한 좌우 미드필더에 빠른 스피드를 갖춘 선수를 배치해 상대의 측면을 집중 공략했다.
이 날 가시마는 전반 17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5분 동점골을 기록한데 이어 후반 30분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가시마가 선보인 모습은 지난 7월 챔피언십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수비에서는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수를 괴롭혔으며 공격으로 전개할 때에는 롱 패스를 통해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가시마의 경기를 본 한 관계자는 “가시마가 마치 한국 팀처럼 축구를 한다”며 놀라워했다.
가시마의 쿠마가이 감독은 “지난 여름 챔피언십을 경험한 선수들이 일본으로 돌아와 더욱 씩씩해지고 늠름해졌다”며 “볼을 정교하게 다루고 세밀한 패스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와의 몸싸움 역시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상대와의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부딪히라고 지시한 것이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선수들을 평가했다.
지난 7월 챔피언십에서의 실패는 가시마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가시마는 자신들이 가진 장점에 K리그 유스 팀들의 장점을 접목시켰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가시마의 목표 역시 ‘배움’이다. 쿠마가이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팀으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을 파악해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며 배움에는 끝이 없음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