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리뷰]`킹스스피치`, 따뜻함·위트 넘치는 좌절극복기

by장서윤 기자
2011.03.10 14:18:32

▲ 영화 `킹스 스피치`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국왕 폐…폐…." 군중들이 가득 들어찬 대형 경기장, `국왕 폐하`라는 짧은 단어는 버티(콜린 퍼스)의 목에 걸려 끝내 나오지 않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에는 안타까운 눈물이 고인다.

낙담한 버티는 고개를 숙이고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 있던 시민들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진다.

평생 `말더듬이`라는 꼬리표 안에서 살았던 영국 왕 조지 6세의 말더듬증 극복기를 그린 영화 `킹스 스피치`(감독 톰 후퍼)는 굳이 올해 아카데미 4개 부문(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수상작이라는 수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록될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말더듬증을 지니고 있던 버티는 영국 왕 조지 5세의 둘째 아들로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말더듬는 버릇 탓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가장 두렵다. 현신적인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의 도움으로 용하다는 치료사는 모두 만나봤지만 그의 말더듬증은 좀체로 나아질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형인 에드워드 6세가 미국인 이혼녀인 심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 그는 1936년 국왕 자리에 오르게 되고 스스로는 물론 그를 지켜 보는 아내의 안타까움도 더해만 간다.

▲ 영화 `킹스 스피치`
이런 과정에서 만난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는 그에게 독특한 치료법을 제안한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씌운 채 책을 읽힌다든지 말하려는 바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라고 요구하는 등 이전 치료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거침없이 자신을 대하며 다가오는 로그에게 처음에는 거부감을 감추지 못하던 조지 6세도 점점 그에게 동화돼 가는 스스로를 느낀다. 대부분의 문제의 근원이 그렇듯 조지 6세의 말더듬증도 결국 개인의 상처로 귀결된다.

어린 시절 억지로 왼손잡이 버릇을 고치고, 안짱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다리에 부목을 댔던 기억 등 반강제적으로 뭔가를 해야 했던 경험은 결국 그를 말더듬이로 만들었다. 치료사이자 친구가 된 로그는 그의 그런 상처를 때로는 격한 방식으로, 때로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더듬이의 원인을 치유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천천히 조지 6세의 시선을 따라가며 좌절 극복기를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1900년대 초반 안개 자욱한 영국 거리와 `영국 신사`로 일컬어지는 딱딱한 정장 차림은 조지 6세의 우울한 내면을 반영하며 작품의 배경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 영화 `킹스 스피치`
고집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심성을 지닌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배역에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는 말더듬이 연기를 본인의 실제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결부시켜 자신만의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로그 역의 제프리 러쉬도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유머러스함과 엉뚱함이 어우러진 캐릭터로 등장한 제프리 러쉬는 원숙한 연기력에 여유로움까지 더한 인물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감동과 코믹, 휴먼 드라마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올해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기에 손색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