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포항행'이 가져온 '윈-윈'의 열매
by송지훈 기자
2010.01.17 16:41:04
| ▲ 포항 이적을 선택한 프리미어리그 출신 공격자원 설기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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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AFC챔피언스리그 디펜딩챔피언 포항스틸러스(감독 발데마르 레모스)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활약 중이던 '스나이퍼' 설기현(30)을 영입해 공격력을 보강했다.
포항은 2002한일월드컵 4강 주역이자 2006독일월드컵에서도 한국축구대표팀의 공격을 이끈 바 있는 설기현과 1년 계약을 맺었다고 17일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선수와 구단의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설기현은 벨기에 1부리그와 잉글랜드 2부리그를 거쳐 '꿈의 무대'라 일컬어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입지전의 주인공으로,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 '해외 진출의 교과서'로 통한다.
광운대 재학 중이던 지난 2000년 벨기에로 건너가 로얄 앤트워프, 안더레흐트 등 리그 내 명문클럽을 두루 거치며 기량을 입증했다. 이후 잉글랜드 2부리그 울버햄튼으로 이적해 영국 무대에 대한 적응에 나섰고, 2006년 레딩에 입단하며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났다. 이후 풀럼으로 적을 옮겨 올 시즌까지 1군 스쿼드에 머물러왔다.
이렇듯 유럽 무대에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올린 설기현이 갑작스럽게 K리그행을 선언한 건 선수 자신의 판단과 새 소속팀의 목표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선, 선수 입장에서는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허정무호 주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간 설기현은 A팀 내 포지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선보이지 못했다. 전 소속팀 풀럼에서 벤치 멤버로 전락해 좀처럼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한 탓이다.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경기 감각 또한 살아나지 않았고, 이는 공격자원이 넘쳐나는 허정무호 경쟁구도 속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소속팀이 포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시즌 강철군단의 최전방을 책임진 데닐손과 스테보가 나란히 팀을 떠난 상황인 만큼 설기현은 향후 신입 공격수 모따와 함께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양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꾸준한 출장을 통해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면, 남아공 본선행의 꿈을 이룰 가능성 또한 더욱 높아진다.
'경기 출장'과 '연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중동행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기량을 직접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설기현의 K리그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팀 포항에게도 설기현은 만족스러운 카드다. 강철군단은 지난 시즌 AFC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제패하고 FIFA클럽월드컵 3위에 오르는 등 주목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겨울이적시장 기간 중 주축 멤버들이 대거 이탈해 몸살을 앓았다.
'한국형 명장' 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감독(알 아흘리)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스테보, 데닐손(이상 부뇨드코르), 최효진(서울), 김명중(전남), 고슬기(울산) 등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하지만 포항은 '검증된 용병' 모따를 영입해 한숨 돌린 데 이어 한국축구대표팀 공격수 설기현까지 데려오며 포워드라인의 누수를 상당부분 메워내는데 성공했다. 포항이 현재 재계약 협상 중인 노병준마저 품에 안을 경우 지난 시즌과 견줘 모자람 없는 공격력을 갖추게 된다.
설기현이 월드컵 본선(2회)을 비롯해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UEFA챔피언스리그 등 수준 높은 무대를 여러 차례 밟아본 점 또한 팀에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레모스호의 네임밸류를 높일 '간판급 스타'를 확보한 점 또한 성과로 빼놓을 수 없다. 포항은 최근 여러 시즌 동안 각종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해 주목받았지만, 성과에 어울리는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지 못해 남모를 속앓이를 해왔다.
이와 관련해 '전직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은 '전력 보강'이라는 본연의 가치 이외에 '마케팅 역량 강화'라는 부수적 이익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는 팬들의 관심도와 참여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