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고정 라인업에 드러난 송일수 감독의 소신
by정철우 기자
2014.04.11 11:22:39
| 송일수 두산 감독(오른쪽)이 취임식을 마친 뒤 김현수와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는 모습. 사진=두산베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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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송일수 두산 감독은 팀을 맡으며 가장 먼저 ‘고정 라인업’을 언급했다. 공정한 경쟁을 하겠지만 그 속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갈리면 큰 틀을 흔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난 해 두산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2013시즌의 두산은 가진 자원을 골고루 활용하려는 전략을 썼다. 그러다보니 거의 매일 라인업이 바뀌었다. 주전과 비주전이 따로 없는 운영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워낙 엇비슷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보니 상대팀과 두산 내부 상황에 따라 다른 라인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점도 있었지만 그늘도 깊었다. 워낙 변화가 심하다 보니 자신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가게 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김진욱 감독의 스타일을 선수들 모두가 이해하기엔 2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다.
송 감독의 결단은 그런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많 선수들이 빠져나간 것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를 만들어 그에 맞는 책임감과 준비를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초반 성적만 놓고 보면 일단 올 시즌이 조금 부족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승1무4패를 했지만 올시즌엔 5승6패로 5할에 -1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두산은 최근 4경기서 3승1패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라인업은 고정됐지만 부상 선수가 생긴 공백 또한 나름 잘 메워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와 올해, 두산의 선발 라인업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인지를 한 번 알아보자.
우선 2013시즌. 두산은 개막 이후 3경기서는 라인업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표 참조>
1번에 이종욱을 배치하고 2번엔 손시헌을 넣어 여러 상황에 대비했다. 김현수-김동주-홍성흔으로 중심 타선을 짰고 정수빈을 9번에 배치해 빠른 야구의 흐름을 하위 타순부터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두산은 이 멤버로 3연승을 거둔다. 나름 효과적인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네 번째 경기서 처음 변화를 줬다. 2번을 손시헌에서 정수빈으로 바꾸고, 손시헌은 9번으로 내렸다. 결과는 1-4 패배.
이후 두산의 라인업은 변화의 폭이 커진다. 다음 경기선 이종욱 대신 민병헌이 톱타자로 기용됐고, 2번엔 박건우가 들어갔다.
4월5일 경기선 다시 이종욱과 손시헌으로 테이블 세터를 짰다가 6일엔 2번에 고영민을 넣고 유격수는 김재호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8일엔 다시 민병헌이 2번 타자로, 유격수는 허경민이 많았다. 그 이후 경기 라인업의 특징은 김동주 대신 홍성흔이 4번으로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2014시즌은 다르다. 개막전 라인업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톱 타자를 민병헌이 맡고 오재원이 뒤를 받히며, 중심 타선은 김현수-칸투-홍성흔으로 이어진다. 정수빈은 지난해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9번에서 테이블 세터를 지원한다.
이 흐름이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칸투의 몸살에 걸리거나 이원석의 부상 이후로는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허경민이 주로 투입됐고, 고영민도 한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매우 적다. 상대 투수에 따라 간혹 오재일이 1루를 맡는 것 정도가 눈에 띌 정도다.
두산의 한 백업 선수는 “내가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올시즌이 내가 언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지난해 1승이 모자라 마지막에 웃지 못한 한을 풀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시즌이 시작된 뒤 두산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송일수 감독은 자신이 만든 큰 틀을 흔들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의 두산은 분명 이전의 몇 경기들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감독의 소신이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마지막엔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